플랫폼 기업 규제, 혁신 저해해서는 안 된다[동아시론/유종민]
‘독점, 과잉 경쟁, 영세업종 침탈’ 주장 과해
관성적인 반대는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알음알음으로 찾아야 할 전문직 서비스도 클릭 한 번으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나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플랫폼. 우수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왜 시도조차 못 할까? 규제의 역할은 시장에서 부정적인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사후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그쳐야 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손사래를 치는 건 아닐까?
국회에서도 직접 플랫폼 스타트업과 이에 반발하는 기존 직역단체 등 양측의 입장 조율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런데, 서비스 공급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자 조율이라니,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주요 이해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율과 협상이라는 것은 서로 비슷한 협상력을 가진 집단끼리 할 만한 것이다. 그런데 기존 직역단체의 공고한 기득권을 감안하면 혁신을 가져올 새로운 신생 스타트업들은 협상력 면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플랫폼 탄생으로 인해 혜택받을 소비자들은, 불확실한 이득을 위해 돈을 대가면서 국회와 정부에 로비를 할 유인이 없다. 기껏해야 포털에서 댓글로 분노할 미력한 존재일 뿐이다. 더 나아가 이를 소수의 탐욕스러운 플랫폼 사업가와 다수의 영세 회원을 보유한 직역단체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오해하면 대중들은 그냥 방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플랫폼으로 인해 기득권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기존 서비스 공급자들은 기를 쓰고 대국회 로비에 나서고, 머리띠를 두르고 삭발, 단식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수순을 밟는다. 특히 플랫폼 도입으로 인한 경쟁의 격화가 오히려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란 잘못된 정보를 내세우며 소비자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경제적 이익 창출 과정의 한 단면을 오히려 아래와 같이 곡해하면서 말이다.
첫째, 플랫폼이 시장 독점을 초래한다는 주장. 하지만, 독점적 플랫폼과 소비자에 대한 공급서비스의 독점은 전혀 다른 이슈이다. 이는 복수의 플랫폼 간에 경쟁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게다가 개별 공급자들은 플랫폼 간 이동이 언제든지 자유롭다. 예컨대 미국에선 아마존이 가장 유명한 플랫폼이지만, 틈새시장이 언제나 열려 있고 소매사업자들은 아마존으로부터 고객을 확보해 직거래나 다른 독자적인 플랫폼으로의 유도를 호시탐탐 시도한다. 따라서 플랫폼이 공급자에게 무작정 수수료를 높게 부과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랬다간 새로운 플랫폼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둘째, 과잉 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이 하락한다는 주장. 물론 플랫폼에 의해 무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고객 유치 혹은 이탈 방지를 위해 정상 이윤만 유지할 수준으로 서비스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퇴출되었어야 할, 혹은 기득권을 가진 일부 공급자의 입장일 뿐이다. 초과 이윤을 추구하는 경쟁 자체는 당연히 서비스 품질의 향상을 가져오고, 그 과정에서 혁신을 가져오는 잠재적 공급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생산자 간 경쟁으로 인해 낮은 가격과 높은 서비스에 따른 막대한 후생 증가를 누릴 수 있다.
셋째, 기존 영세 서비스 공급자들의 업권 침탈이라는 주장. 하지만, 이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에 국한된 시각이다. 경쟁은 향상된 서비스를 유도해 소비자층을 늘리고 전반적인 시장 확대를 가져온다. 2021년 타다금지법 시행은 택시 요금만 올려놓으며 수요를 위축시켜 이에 따른 택시회사 줄도산만 가져왔다.
플랫폼 기업 허용 문제는 사실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자유시장 측면을 강조하니 보수진영이 좋아할 수 있지만, 기득권을 철폐한다는 데서 진보진영이 좋아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러한 이념적 문제도 아니라면 결국 직능단체의 힘과 로비력에 의해 결정될 게 뻔하다. 경제적 효율성과 공정, 정의는 개입될 여지가 없다.
명백히 나아가야 할 목표가 존재한다면 관성에 역행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혁신에 대한 격렬한 저항도 묵묵히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냉정한 판단을 하는 수밖엔 없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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