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직도 안 끝났어?”…후폭풍 직격에 파산신청 ‘역대최다’
20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법원에 파산 신청한 법인은 9월까지 1213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 가장 파산 건수가 많았던 2021년 1069건인데, 연말까지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이미 훌쩍 넘어선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64%나 늘어났다.
법인 파산 신청 집계를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그 이전인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사실상 올해 파산 법인이 가장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경기 상황 악화가 법인 파산의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면서 “물가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올린 영향이 기업들 경영 현실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대부분은 자영업자나 영세기업일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이어되면서 건실한 중견기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유위니아 그룹 계열사 3곳이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19일 위니아전자에 대한 회생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회생은 기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치로서 파산과는 다르지만, 국내 경제 상황을 보는 지표로 함께 활용된다. 법무법인 바른의 이응교 변호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이제 몰려오고 있는 것”이라면서 ”고금리·고유가·고환율 상황을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회생 제도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정세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도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파산 신청한 법인은 179개 사로 월 기준으로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일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법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법원을 통한 회생이나 파산 신청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 동의를 받아 채무 유예·탕감 및 추가 자금투입을 대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기업을 회생하게 하는 제도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던 기촉법은 그동안 여섯 차례 실효와 재제정을 거치며 연장 적용됐다. 하지만 이번에 국회 통과가 불발되면서 최종 일몰됐다.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전대규 변호사는 ”기촉법이 마감된 현재 제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법원을 통한 회생 절차밖에 없다“면서 ”일본처럼 제3의 기관이 나서는 사적 정리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법원 회생은 사후적인 성격에 불과하다“면서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빠지기 전에 사전적·예방적 구조조정을 해 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 교수 역시 ”기촉법이 없으면 기업들의 재무적 문제가 연쇄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런 상황을 제어하는 측면에서 법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산하는 법인이 증가하면서 법원도 관련 인력 및 시설 확충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수원·부산에 회생법원이 추가로 개원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신속한 도산 사건 처리를 위해 법원행정처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종합대책팀을 꾸린 바 있다. 회생위원(5급)과 담당 보조인원(8-9급)을 증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 변호사는 ”현재 통상적인 절차가 간소화되는 경향을 보면 회생법원의 업무가 가중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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