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C 독창적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유

엄형준 2023. 10. 20. 2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러분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난간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이건 제가 저 자신에게 이 난간을 말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제가 하려는 일입니다."

아렌트의 사상관은 이 책에 '한나 아렌트에 대한 한나 아렌트'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1972년 캐나다 학술대회의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난간 없이 사유하기 한나 아렌트/신충식 옮김/문예출판사/4만3000원

“여러분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난간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이건 제가 저 자신에게 이 난간을 말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제가 하려는 일입니다.”

20세기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정치사상가로 꼽히는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어떤 사상이나 철학에 기대지 않고, 자기만의 생각을 그려내려 애썼다. 책은 그가 46세부터 남긴 글, 강연, 서평, 대담 등을 제자인 제롬 콘이 정리한 결과물이다.

책을 펼치기 전 아렌트의 삶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06년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렌트는 1933년 독일을 탈출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1940년엔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면서 수용소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미국에 정착했다. 이후 프린스턴대, 시카고대 등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신충식 옮김/문예출판사/4만3000원
이런 삶을 바탕으로 아렌트는 1951년 ‘전체주의의 기원’을 출간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인간의 삶에서 정치적 행위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사상을 담아낸 대표작, ‘인간의 조건’을 1958년 출간했다. 또 나치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5년 만에 아르헨티나에서 붙잡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되자, 이를 관찰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했다. 마르틴 하이데거의 제자로 그와 한때 연인관계이기도 했다.

아렌트의 사상관은 이 책에 ‘한나 아렌트에 대한 한나 아렌트’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1972년 캐나다 학술대회의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는 보수주의자인지 자유주의자인지를 묻는 말에 “모릅니다. 정말 몰라요”라며 “저는 어떤 정파에도 속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또 “제가 너무 독창적이고 싶어 해서가 아니라 공교롭게도 제가 그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의 사유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설명한다.

번역서는 손꼽히는 현대 사상가의 사유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지만, 본래 밀도가 높은 내용인 데다가 직역에 가까운 단어와 문장 구조로 쉽게 읽히진 않는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