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천부적인 도덕적 권리가 있다”
“자의식·믿음 등 있다면 삶의 주체
모든 동물 본래적 가치 존중 돼야”
인간 넘어 포유류 전체로 확장시켜
의무론 입장서 철학적으로 논증
‘동물 해방론’과 양대산맥 평가받아
동물권 옹호/톰 레건/김성한·최훈 옮김/아카넷/4만원
“삶의 주체인 모든 개체는 본래적 가치를 가지며, 따라서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누린다. 곧 삶의 주체 기준은 본래적 가치를 소유하는 충분조건이 된다.”
레건은 평생 17편의 저술을 펴낼 만큼 이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한편, 부인과 함께 비정부기구인 ‘문화와 동물재단’을 만들어 상업적 동물 축산, 모피 산업, 동물 실험의 폐지를 목표로 동물권 운동에 헌신해온 활동가였다. 특히 공리주의 관점에서 ‘동물 해방론’을 편 피터 싱어와 논쟁하면서 동물권 논의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학자로 평가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주체를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 그리고 삶의 주체가 가지는 본래적 가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다. 레건에 따르면, 자의식이 있는 존재, 곧 믿음과 욕구를 가질 수 있는 존재, 미래를 생각하고 목표를 가질 수 있는 행위자들이라면 모두 삶의 주체라고 부른다. 아울러 본래적 가치란 개체들이 자신들의 선함 혹은 다른 존재들에 대한 유용성과는 독립적으로 갖는 가치이다. 본래적 가치를 가진 모든 삶의 주체가 갖는 권리는 도덕적 권리이며, 도덕적 권리란 바로 본래적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도덕적 권리를 법적인 권리와 혼동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 법적인 권리는 법의 산물로 사회마다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도덕적 권리는 피부색이나 국적, 성, 종과 무관하게 모든 삶의 주체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자신의 견해가 밀의 공리주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행위 능력을 결여한 존재조차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칸트의 전통에서도 한발 비켜 서 있다고 설명한다.
레건의 책은 1983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피터 싱어의 책 ‘동물 해방’과 함께 동물권 논의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돼 왔다. 싱어가 공리주의 관점에서 동물권을 옹호했다면, 레건은 권리와 의무론의 입장에서 동물의 권리를 옹호했다.
책은 현재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서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를 비롯한 사실의 영역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인간들은 왜 동물에게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지,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도덕 추론과 논리 분석을 통해 주장할 뿐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좀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적이고 분석적이어서 오히려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동물권의 철학적 길잡이로 자리매김해온지도 모른다.
“동물권은 철학적 이념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급성장하는 사회정의 운동 및 동물권 운동을 일컫는 이름이기도 하다. 현대의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이 운동의 목표는 많은 철학자를 포함해서 대부분 사람에게 과격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 대신에 우리는 음식을 위해 동물을 기르는 것을 종식하고 모피를 얻고자 동물을 죽이는 것을 멈추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동물을 기르기 위해 ‘더 큰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빈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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