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이후 격변하는 중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
튀니지·리비아 등 독재정권 무너져
美, 아프간 철군 등 역할축소 맞물려
IS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더욱 득세
UAE·사우디는 오일머니 등에 업고
전폭적 복지공세로 민심 동요 차단
MZ 세대 부상에 파격적 개혁 행보
복잡하고 다양한 중동의 모습 담아내
최소한의 중동수업/장지향/시공사/1만9000원
중동은 우리에게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처럼 극단적인 이슬람 민족주의에 경도된 무자비한 테러, 다른 하나는 오일 머니(Oil Money)가 넘쳐나는 부유한 산유국이다. 실제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철수 이후 ‘이슬람국가(ISIS·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등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하며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은 네옴(Neom) 시티 건설, 화성탐사선 발사 등 파격적인 개혁·개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MZ세대의 등장과 이슬람 테러조직의 변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동의 독재 정권을 두둔하며 자국 이익에 기반해 원조를 제공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장기 참전에 따른 전쟁 피로감과 여론 악화, 셰일 에너지자원 개발에 따른 중동 의존도 하락,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중시 정책의 부상 등으로 오바마정부 때부터 중동 내 역할을 축소하기로 했다. 트럼프정부가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강행한 데 이어 바이든정부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군을 철수시켰다.
2014년 등장한 ISIS는 제국주의 이익에 따라 완성된 중동의 현재 국경선을 해체하고 단일 수니파 이슬람 국가 수립을 목표로 한다.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극도로 제한하며 시아파 이슬람과 타 종교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수니파도 협조하지 않으면 참수, 화형, 수형 등으로 처벌해 2세대 이슬람주의를 대표하는 알카에다가 절연을 선언할 정도로 극악무도하다.
주목할 것은 ISIS가 다국적, 다인종, 다언어 집단이라는 점이다. 90여개국 2만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전투원의 상당수가 서구 출신이다. 이들은 자체 트위터 앱을 개발하고 영어로 제작한 완성도 높은 선전물을 SNS에 마구잡이로 뿌렸다. 전 세계 ‘외로운 늑대’ 등 많은 청년이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되거나 외국인 전투원으로 시리아에 들어갔다.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작동하던 급진주의 알카에다와 달리 ISIS는 지도부의 권위, 명령 체계를 따르기보다 독자적으로 테러를 저지른 뒤 중앙에 보고하는 ‘선(先)테러 후(後)보고’ 시스템, 일명 테러의 프랜차이즈화가 특징이다. 저자는 ISIS는 낮은 응집력 문제로 점차 약화하고, 간헐적인 서구 테러로 명맥만을 유질할 것이라면서도 ISIS의 프랜차이즈화 현상이 ISIS 자체가 아닌 각 나라 고유의 사회·경제적 취약점과 연동된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고 지적한다.
우리에게는 중동과 이슬람 세계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있다. 그러나 이제 막연한 선입견보다는 중동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얼굴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때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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