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정지영 감독, 런던아시아영화제 평생공로상 수상

김선우 기자 2023. 10. 2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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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트로피를 더했다.

올해로 연출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이 올곧게 이어온 작품의 세계를 인정받아 영국 런던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정지영 감독은 18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개막한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에서 40년동안 묵직한 주제를 담은 작품으로 한국영화 발전과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이날 런던의 중심 레스터 스퀘어 오데온 럭스 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정지영 감독은 객석을 가득 채운 800명의 관객과 영국의 평단 및 유럽 영화계 관계자들로부터 존경을 표하는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정지영 감독은 개막식에서 전혜정 집행위원장으로부터 평생공로상을 건네받은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면서 “계속 영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은 올해 런던아시아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이날 영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영화 상영 내내 숨죽인 채 몰입한 관객들은 작품이 끝난 뒤 상영관이 술렁일 정도로 공감을 표했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까지 보였다.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목소리, 진실을 은폐한 가해자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40년간 영화를 만든 거장 감독의 힘 있는 이야기가 영국 관객과 평단까지 사로잡은 순간이었다.

상영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영국 평론가 이안 헤이든 스미스는 '소년들'을 포함해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 정지영 감독의 '실화 3부작'을 언급하고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한국 사회에서 영화 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이에 정지영 감독은 여유있는 미소와 함께 “아직은 나의 영화에 공감해주는 관객들이 있다”고 답했다.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올해 특별 섹션으로 '정지영 감독 회고전'(Capturing the Real World: The Films of Chung Ji-Young)을 기획해 감독의 대표작 8편을 영국에 소개한다. '소년들' '남영동 1985'를 비롯해 초기작인 '남부군' '하얀전쟁'과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로 복원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월드 프리미어가 포함됐다.

이에 맞춰 영국 평론가 등이 참여한 '정지영 평론집'도 발간했다. 40년동안 영화로 세상을 담아온 감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감독론부터 이번 회고전에서 소개하는 8편에 대한 평론, 감독의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영국을 넘어 유럽에 한국의 대표 영화감독을 소개하는 귀중한 아카이브가 될 전망이다.

한국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3명의 감독도 런던아시아영화제에 모였다. 'LEAFF 오피셜 셀렉션'에 초청된 '1947 보스톤'의 강제규 감독과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 '스토리 오브 우먼' 부문 오프닝 작품인 '그녀의 취미생활' 하명미 감독이 개막식 무대에 올라 연출작을 직접 소개했다.

특히 강제규, 이원석 감독은 개막식 직전 열린 레드카펫에서 영국 관객들로부터 열띤 환호와 사인 요청을 받았다. '쉬리'부터 강제규 감독의 영화를 챙겨봤다고 밝힌 영국 관객의 등장으로 개막식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쌓아온 한국영화의 힘이 목격되기도 했다.

런던아시아영화제 전혜정 집행위원장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는 올해의 특별한 의미를 기념해 현재 한국영화를 이끄는 감독님들의 신작을 영국에 상세히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한국영화에 관심과 이해가 깊은 영국 관객들이 강제규, 이원석 감독님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영화를 유럽에 전하는 교두보로서의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런던아시아영화제 개막식 및 리셉션은 영화를 넘어 한국의 전통 음식 등 K컬쳐를 소개하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꾸며졌다. 영화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협력해 전통 약과와 꿀떡, 나주배와 이강주를 섞은 칵테일, 영국의 젊은 관객을 겨냥한 한국의 비건 아이스크림 등을 제공해 현장에 모인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한국영화와 K컬처를 영국에 알리는 가장 뜨거운 축제로 주목받는 런던아시아영화제는 29일까지 런던 일대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8개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49편을 상영한다. 폐막작은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이 주연하고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선정돼 영국에서 공개된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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