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빈대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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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승을 부리던 빈대가 국내에도 출몰하고 있다.
영어로 '침대벌레'(bedbug)인 빈대는 말 그대로 주로 침대에서 발견된다.
빈대를 퇴치하려는 인간과 이를 피해 진화를 거듭한 빈대 사이의 끈질긴 악연은 무려 25만년 동안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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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승을 부리던 빈대가 국내에도 출몰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 계명대 신축 기숙사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빈대에게 물렸다는 학생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른다. 앞서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영어로 ‘침대벌레’(bedbug)인 빈대는 말 그대로 주로 침대에서 발견된다. 세계 각지 여행자들이 들르는 관광지 숙소 침대를 통해 퍼뜨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라고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빈대를 퇴치하려는 인간과 이를 피해 진화를 거듭한 빈대 사이의 끈질긴 악연은 무려 25만년 동안 이어져 왔다.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 빈대 화석이 발견되고, 성경에도 빈대가 등장할 정도다. 2015년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펴낸 브룩 보렐은 빈대를 이렇게 정리했다. “빈대는 격렬하고 비이성적인 혐오를 불러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와 오랜 세월 궤를 같이하며 생활상과 문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간과 빈대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성가시고 혐오스러운 빈대도 1970, 80년대 살충제가 보급되며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지구상에 수백만톤이 뿌려진 DDT를 비롯한 살충제는 해충과의 싸움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돌연변이들을 양산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키웠다. 21세기에 재등장한 돌연변이 빈대들은 그 결과였다. 지금의 빈대는 과거보다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 배나 더 강하다고 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들 쉽게 박멸되지 않을 듯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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