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빈대의 습격

박병진 2023. 10. 20. 22: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승을 부리던 빈대가 국내에도 출몰하고 있다.

영어로 '침대벌레'(bedbug)인 빈대는 말 그대로 주로 침대에서 발견된다.

빈대를 퇴치하려는 인간과 이를 피해 진화를 거듭한 빈대 사이의 끈질긴 악연은 무려 25만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화려하고 낭만적인 파리의 모습을 기대하고 갔다가 기대와 어긋난 현실을 마주했을 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걸 말한다. 얼마 전 파리를 여행했던 지인도 도심에서 지린내가 진동해 내내 코를 막고 다녔을 정도라며 더 이상 파리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접길 권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빈대가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이러니 내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서 보건과 안전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승을 부리던 빈대가 국내에도 출몰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 계명대 신축 기숙사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빈대에게 물렸다는 학생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른다. 앞서 인천의 한 찜질방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영어로 ‘침대벌레’(bedbug)인 빈대는 말 그대로 주로 침대에서 발견된다. 세계 각지 여행자들이 들르는 관광지 숙소 침대를 통해 퍼뜨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라고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빈대를 퇴치하려는 인간과 이를 피해 진화를 거듭한 빈대 사이의 끈질긴 악연은 무려 25만년 동안 이어져 왔다.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 빈대 화석이 발견되고, 성경에도 빈대가 등장할 정도다. 2015년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펴낸 브룩 보렐은 빈대를 이렇게 정리했다. “빈대는 격렬하고 비이성적인 혐오를 불러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와 오랜 세월 궤를 같이하며 생활상과 문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간과 빈대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성가시고 혐오스러운 빈대도 1970, 80년대 살충제가 보급되며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지구상에 수백만톤이 뿌려진 DDT를 비롯한 살충제는 해충과의 싸움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돌연변이들을 양산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키웠다. 21세기에 재등장한 돌연변이 빈대들은 그 결과였다. 지금의 빈대는 과거보다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 배나 더 강하다고 한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운들 쉽게 박멸되지 않을 듯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