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청첩장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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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엔 없을 것 같았던 결혼식을 오늘 한다.
청첩장을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을 굳이 사회과학적으로 풀이해 보자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인간관계를 유형의 자본으로 치환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해 줬던 여자 동기와 만나 커피까지 마시며 자신의 결혼 청첩장을 건넸는데, 그 동기가 예식장에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축의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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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엔 없을 것 같았던 결혼식을 오늘 한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라 남들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늦었다. 그래서인지 청첩장을 돌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누구에게’, ‘어떻게’ 줄지가 남았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나는 최대한 만나서 청첩장을 드릴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일로 바빴던 데다 계획하지 않았던 축복까지 찾아와 입덧으로 힘들어하는 신부와 함께 있어줄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밥을 대접하며 청첩장을 돌리는 모임은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청첩장 모임’에서 기혼자인 대학 친구 녀석이 씁쓸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해 줬던 여자 동기와 만나 커피까지 마시며 자신의 결혼 청첩장을 건넸는데, 그 동기가 예식장에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축의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도 그 여자 동기에게 축의금을 했었는데, 친구 얘기를 듣고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친구들은 극소수였다. 먹고사는 게 바빠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들, 선후배들은 오랜만의 연락에 고마워하며 “드디어 가는 거냐”라며 축하해 줬다. 덕분에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10년 넘게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많은 지인에게 연락하는 것을 두고도 고민에 빠졌다. 기혼 선배들이 “모바일로라도 다 보내 주되, 응답이 없어도 상처받지 마라”고 조언해 그리 했다. 일부 ‘읽씹(메시지를 읽고도 아무 말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상처받지 않았다. 그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하기에.
앞으로 결혼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언 하나 해주고 싶다. 종이 청첩장이 나온 초기, 결혼을 두 달 이상 앞둔 시점에 너무 남발하듯 뿌리지 말라. 그러면 반드시 나중에 가서 부족해지는 일이 생긴다. 나 역시 그랬다. 정말 친한 지인이라면 모바일 청첩장으로 줘도 다 이해하니 그들에겐 모바일로 대신하자. 하나 더. 모바일 청첩장 투척용 단체 대화방 개설은 절대 하지 말자.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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