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나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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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등단했어요.
강의실 곳곳을 유영하던 나비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학생의 책상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학생이 팔을 휘저어 쫓았지만 나비는 잠깐 날아올랐다 다시 앉기를 반복하며 계속 그 자리에 머물렀다.
오래전 복학생 선배가 들려준 나비의 전설은 정말로 유효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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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학기 어느 수업 시간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초여름이었고 더웠고, 우리는 강의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그때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열린 창을 통해 실내로 들어왔다. 강의실 곳곳을 유영하던 나비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학생의 책상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학생이 팔을 휘저어 쫓았지만 나비는 잠깐 날아올랐다 다시 앉기를 반복하며 계속 그 자리에 머물렀다.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학생 혼자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그에게 나는 말했다. 축하할 일이네요.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저 까마득한 이십 년 전, 내가 아직 학생일 때였다. 역시 초여름이었고 더웠고, 강의실 창문이 열려 있었고, 나는 마시던 사이다 캔을 책상에 올려놓은 채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날아왔을까. 갑자기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내 책상 앞에서 날갯짓을 하는가 싶더니 사이다 캔에 냉큼 앉았다. 나는 감히 쫓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몸을 한껏 뒤로 뺀 채 나비가 스스로 떠나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마침내 나비가 가버린 것이 먼저였을까. 강의가 끝난 것이 먼저였을까. 사이다 캔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웬 복학생 선배가 다가왔다. 축하한다고,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옛날부터 나비가 사람 몸에 앉거나 근처에서 맴돌면 등단한다는 설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믿지 않았다.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거짓말처럼 등단 소식을 들었다.
이제 학생의 등단 소식 앞에서 나는 새삼 자문해 본다. 정말일까. 오래전 복학생 선배가 들려준 나비의 전설은 정말로 유효한 것일까. 나 역시 학생에게 같은 이야기를 덕담처럼 혹은 예언처럼 건네긴 했으나, 사실 그것을 믿어서 그랬던 것은 아닌데. 어차피 증명할 길도 없거니와 그것이 진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런 전설을 만들어내는 마음, 그 전설에 기대고 싶은 마음에 대해 곱씹어보는 일이 오히려 더 의미 있을 터.
한로도 지나 아침저녁으로 날이 제법 차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가을 나비 한 마리씩 날려 보내고 싶은 오후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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