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달라졌다' 초보·초보·초보→무려 21년 만에 다른 팀 '우승 감독' 영입

양정웅 기자 2023. 10. 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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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김태형 신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사진=뉴스1
김태형 감독의 두산 사령탑 시절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드디어 롯데 자이언츠에도 '명장'이 부임했다. 연이어 초보 감독을 선임했던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 3회 경력의 김태형(56)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을 품었다.

롯데는 20일 "제21대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김태형 감독은 구단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김태형이라는 감독을 선택해 주신 롯데 팬분들과 신동빈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 오랜 기간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종료 후 롯데는 사령탑 자리가 공백이 된 상황이었다. 올해 롯데는 래리 서튼(53) 감독 체제로 시작했으나 지난 8월 말 건강 문제로 인해 자진 사퇴했고, 잔여 시즌을 이종운(57)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마쳤다. 68승 76패(승률 0.472)로 7위에 머물며 2018년 이후 6시즌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롯데 선수단이 지난 11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최종전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포수 유강남(31)과 유격수 노진혁(34), 투수 한현희(30) 등 FA(프리에이전트) 3인방을 데려왔고, 뎁스 강화를 위해 방출선수인 투수 김상수(35)나 외야수 이정훈(29), 안권수(30) 등을 영입했다. 시즌 시작 후에는 4월 말 한때 9연승을 달리면서 선두에도 올랐다. 5월 말까지 롯데는 승률 0.614(27승 17패)로 3위에 위치했다.

그러나 6월에만 6연속 루징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5할 승률이 붕괴된 롯데는 감독마저 시즌 중 물러나는 상황이 일어나면서 제대로 된 반등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결국 올해도 롯데는 '조용한 가을'을 보내게 됐다.

이에 롯데의 차기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김태형 감독을 포함한 여러 야구계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이강훈 롯데 구단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직접 "(김태형 감독이) 후보에 있다"고 밝히면서 "훌륭한 감독님들이 많더라. 그분들 중에서 우리 팀에 오실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여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3일 만에 실제로 김 감독 선임이 이뤄졌다.

김태형 감독의 두산 사령탑 시절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지난 수년간 롯데의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김태형 감독의 부임은 뜻밖이라고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한 명이다. 신일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0년 OB 베어스(현 두산)에 입단해 2001년까지 선수 시절을 보낸 김 감독은 은퇴 후 두산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배터리 코치를 역임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이어 2015년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해 감독 커리어를 시작해 8년간 한 팀에서만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의 성과는 어마어마하다. 부임 첫 해인 2015년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NC 다이노스)를 연달아 통과한 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라이온즈를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KBO 역대 한 시즌 최다 승인 93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2년 동안 준우승을 기록했던 김 감독은 2019년 무려 9경기 차를 뒤집고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을 4전 전승으로 꺾고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1년까지 김 감독은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김태형 신임 롯데 감독.
두산은 지난해 9위로 시즌을 마친 뒤 김태형 감독과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후 김 감독은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2023시즌을 보냈다. 김 감독은 현장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기를 분석하면서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감독으로서 보여준 성과에 해설위원으로서의 분석력이 더해지면서 김 감독은 이번 스토브리그의 FA(프리에이전트) 최대어라는 농담 섞인 타이틀을 받게 됐다. 그만큼 김 감독을 원하는 팬들이 많았고, 롯데 역시 이를 받아들여 김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백인천 전 감독. /사진=뉴스1
롯데 역사상 다른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2번째이자 무려 21년 만이다. 지난 2002년 시즌 중 계약한 백인천 전 감독은 1990년 LG 트윈스 사령탑 시절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지휘봉을 잡은 삼성 라이온즈에서도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롯데에서는 2시즌 동안 41승 122패 3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채 2003년 경질되고 말았다. 2006년엔 롯데에서 우승(1984, 1992년)을 차지했던 강병철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기도 했다.

이들을 제외하면 롯데는 거물급 감독을 영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국시리즈 진출(1993년) 경험이 있는 우용득(9대) 감독이나, 덕장으로 이름이 난 김시진(15대) 감독을 외부에서 데려온 적은 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2015년 이종운 감독 이후 롯데는 초보 사령탑을 선임하는 일이 잦았다.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
이종운 감독이 1년 만에 경질된 후 영입한 조원우(현 SSG 코치) 감독도 1군 사령탑 경험이 없던 인물이었다. 이후 베테랑 양상문 감독이 2019년에 부임했다가 반 년 만에 사퇴했고, 19대 허문회 감독도 지휘봉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20대 서튼 감독은 퓨처스 감독직을 맡았다가 승격됐지만 역시나 1군 감독은 처음이었다.

특히나 롯데는 FA 시장에서도 최대어를 잡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김태형 감독의 영입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달라진 롯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이강훈 대표는 "팬들이 마지막 경기에서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내년에는 진짜 '단디' 준비해 더 잘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해야 될 것 같다"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1992년 이후 31년간 우승이 없는 롯데가 '우승청부사'와 함께 가장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김태형 감독.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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