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전 KBS 사장 해임정지 가처분 '기각' 이유는

노지민 기자 2023. 10. 2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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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언론노조 KBS본부 출신 많아 주요 보직 인적 구성 편중…임명동의제 확대, 인사규정 저촉"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김의철 전 KBS 사장의 해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이 보도분야 주요 간부들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출신이라는 점을 “공영방송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으로 들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KBS 이사회(여권 이사 6인)의 해임제청을 받아들여 김의철 전 사장을 해임했다. 해임사유는 △무능 방만 경영으로 인한 심각한 경영위기 초래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와 리더십 상실 △편향된 인사로 인한 공적 책임 위반 △취임 당시 공약 불이행으로 인한 대내외 신뢰 상실 △법률과 규정에 위반된 임명동의 대상 확대 및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등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김순열)는 20일 결정문에서 김 전 사장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방송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만 아니라 KBS가 수행하는 공적 업무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기가 보장된 신청인이 입게 되는 손해와 위와 같은 공익을 서로 비교하였을 때, 전자를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하여야 할 필요가 조금이나마 크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김의철 전 KBS 사장. 사진=KBS

재판부는 “해임 처분 당시 KBS의 기자와 PD, 간부들 상당수가 전국언론노동조합(KBS본부) 출신이고 신청인이 취임한 이후 임명된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 2명이 모두 위 조합의 위원장 출신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내부의 4개 노동조합 중 가장 많은 구성원들이 가입한 교섭대표노조다.

재판부는 “KBS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여야 할 공적 책임이 있으므로 KBS 사장은 인사권 행사에 있어 위와 같은 공적 책임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균형 있는 인적 구성을 통해 다양한 정치적 의견, 신념 등이 폭넓게 방송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며 “위와 같은 점을 간과하여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KBS 주요 보직의 인적 구성이 특정 집단에 편중되는 형태가 되었고 이로 인해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합의한 주요 간부 임명동의제 확대가 '사장이 상위직위로의 승격임용을 한다'는 KBS 인사규정(제17조)에 저촉되고, 내부규정에 따라 이사회 심의·의결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관련 부서에 소속된 조합원 과반 투표, 투표자 과반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 임명동의제 대상이 기존 3명(보도국장·시사제작국장·시사교양2국장)에서 5명(보도국장·시사제작국장·시사교양2국장·라디오제작국장·시사교양1국장)으로 확대된 것을 말한다.

아울러 재판부는 “각 해임사유에 관하여 상당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나 그 처분 사유가 그 자체로 이유 없거나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를 토대로 볼 때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이 분명하거나 적어도 일부 처분사유에 타당성·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만한 사정들이 상당수 발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가처분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김의철 전 사장은 해임이 유지된 상태에서 해임 적법성을 다툴 본안 소송을 이어가게 됐다. 김 전 사장 임기가 내년 12월9일까지기에 향후 해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임기 내에 복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논란 속에 임명제청된 박민 사장 후보 임명 절차도 중단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사장은 이번 결정을 정밀하게 검토해 항고한다는 입장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은 후임자 선임 과정에서도 KBS 사장 교체가 명분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냈다. 김의철 전 사장의 해임과 '정권 낙하산' 박민 사장 후보자 임명 제청 과정에서 막무가내식 방통위원 및 공영방송 이사 교체, 5·18 폄훼 논란의 극우 인사 임명, 특정 후보자 내정설, 사장 임명 절차 무시 등 졸속을 거듭했다”며 “이를 바로잡고 행정부의 폭주를 견제하는 것이 사법부의 의무이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책임을 저버리고 말았다”고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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