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판’서 검찰·변호인 건건이 충돌… 재판장 말리느라 ‘진땀’

이민준 기자 2023. 10. 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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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은 피고인들이 직접 금품을 받지 않아서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오래 법조인으로 활동한 변호인이 이를 모를 리 없는데 사적으로 이익을 얻은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직접 받은 돈이 없으니 양형을 고려해 달라는 것인지, 정치적 호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검사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피고인석에서 변호인들이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검사가 재판장에게 말했다. “재판장님, 검사 진술 중에 변호인이 부적절한 추임새를 넣고 있습니다. 제지해 주십시오.”

재판장이 변호인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하자, 변호인들은 “모독”이라며 “수년간 활동한 변호인이 그것도 모른다고 모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안 양측의 얘기를 듣던 재판장은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변호인)가 불쾌감을 느낄 표현인 것 같다.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정도로만 표현해 달라”고 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측의 변호인들과 검사들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법정 분위기가 과열되자 재판장도 여러 차례 직접 나서 양측 태도를 지적하며 진정시켰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는 검찰 논리는 누룽지 긁듯 박박 긁는 공산당 같은 논리라고 했다”며 “이전에 피고인(이 대표)은 가혹하게 개발 수익을 회수한 자신을 민간업자들이 공산당이라고 칭했다고 하더니 이젠 검사 주장이 공산당 같다고 하는데 취지가 뭔지 되묻게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 17일 법정에서 한 말을 검찰이 다시 꺼낸 것이다. 그러자 재판장은 “민사 재판이 아니다. 검찰에서 상대방 의견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은 주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제지했다.

변호인들이 다시 공세에 나섰다. 한 변호인은 “공소장은 사법연수원 때부터 팩트에 대해 쓰는 것으로 배우는데, 온갖 정치적 함수가 들어가 있다”며 “이런 내용이 외부로 노출돼서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것을 암묵적으로 생각한 것 아닌가”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다른 변호인은 “앞선 재판에서 변호인들이 사건은 숲을 봐야지, 현미경 들고 DNA 찾듯이 하면 안된다고 했다. 변호인들이 참나무숲을 이야기했다면 검찰은 소나무숲이라 한 꼴”이라고 했다. “굉장히 치열하게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이혼 재판 같다”고 말하는 변호인도 있었다.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던 재판장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 대표가 34분간 검찰의 공소 내용을 반박하는 진술을 한 후, 양측은 이 대표가 한 얘기를 놓고 다시 맞붙었다. 재판부가 또 나섰다. 김동현 부장판사는 “A라는 기소 사실에 대해 (피고인 측이) ‘아니다, B다’라고 주장하는데, 이때 검찰의 역할은 A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시는 것”이라며 “의견은 충분히 듣겠지만 제가 쟁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약간씩 변론 시간 등을 제한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뉴스1

검찰이 앞으로의 입증 계획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을 두고 변호인들과 맞섰다. 검찰 측은 “향후 재판에서 유동규씨의 진술,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보고받은 각종 결재서류 등을 토대로 입증하겠다”며 “이 대표 등과 밀착해 보고 받은 유동규씨의 진술이 직접 증거”라고 했다. 이어 “유동규씨가 수사 초기부터 사실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자백으로 돌아섰다는 이유만으로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말할 순 없다”고 했다. 변호인 측이 입증 계획만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재판장은 “유동규 증인이 다른 재판에서 어떻게 발언하는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재판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례신도시 혐의에 대한 서증 조사를 마칠 방침이었으나, 재판 중 검찰과 변호인 측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11월 3일 오후에 추가로 재판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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