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人]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의 중심...‘고든 바그너’ CDO

김동진 2023. 10. 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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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품질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내·외관 디자인이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제품 성능이 좋더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각 제조사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양한 라인업에 일관적이고 창의적으로 전달할 디자이너 영입에 필사적이다.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은 이같은 고민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지 월간 연재 코너인 [자동차 디자人]을 통해 살펴본다.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 최고 디자인 책임자(Chief Design Officer) / 출처=벤츠코리아

[IT동아 김동진 기자]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는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Chief Design Officer, 이하 CDO)다. 1997년 입사한 그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CDO 역할을 수행하며 벤츠뿐만 아니라 럭셔리 서브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고성능 라인업 메르세데스-AMG, 전동화 브랜드 메르세데스-EQ의 글로벌 디자인 부서를 이끌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외관 디자인 스케치 / 출처=벤츠코리아

1968년 9월 3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센에서 태어난 고든 바그너는 어린 시절을 벤츠 디자인과 보닛 위 삼각별을 보며 성장한 시기로 회상한다. 그의 부모님이 벤츠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키워온 바그너는 학창시절 수업 중에도 자동차를 그리며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된 순간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디자인 전공 후 폭스바겐, 마쓰다, GM 거쳐 메르세데스-벤츠 입사

고든 바그너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에센 대학(University of Essen)에서 산업 디자인(Industrial Design)을,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에서 자동차 디자인(Transportation Design)을 전공했다. 이후 1995년 차량 외관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폭스바겐(Volkswagen)과 마쓰다(Mazda), 제너럴모터스(GM) 등 여러 제조사 디자인팀을 거쳐 1997년 벤츠 디자인팀에 합류했다.

스케치 중인 고든 바그너 CDO의 모습 / 출처=벤츠코리아

벤츠 입사 이후 세단과 SUV, 콘셉트카 등을 두루 디자인하며 역량을 발휘한 고든 바그너는 2006년 전략적 선행 디자인(Strategic Advanced Design) 부서 총괄로 승진했다. 이듬해인 2007년, 벤츠가 미래 프리미엄 자동차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아 내놓은 콘셉트카 ‘F700’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당시 F700은 휘발유와 디젤 엔진의 장점을 결합한 디조토(DIESOTTO) 엔진을 탑재해 주목받았는데 이와 함께 그릴을 확장하는 과감한 시도로 웅장한 이미지를 부여한 디자인 역시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르세데스-벤츠 F700 외관 / 출처=벤츠코리아

이같은 호평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와 산하 브랜드의 글로벌 디자인 부서를 이끄는 디자인 총괄에 이어 CDO 임무를 수행하게 된 고든 바그너. 그는 G클래스 디자인에서 착안해 직선 위주의 각진 디자인을 적용한 GLK부터 둥근 헤드라이트가 특징인 CL 등 자유분방한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브랜드 미래를 담당할 전동화 라인, EQ시리즈를 디자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GLK / 출처=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EQS 외관 디자인 스케치 / 출처=벤츠코리아

고든 바그너는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각 차량마다 지닌 특성을 살리는 것 역시 디자이너의 역할이며, 디자인 작업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여러 사물과 사람에서 얻는 디자인 영감…전동화에 맞춘 디자인 적용으로 변화에 대응

고든 바그너는 여러 사람과 사물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선보이곤 한다. 그중에서도 인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디자인을 적용하곤 하는데 CLE 쿠페가 그 예다.

메르세데스-벤츠 CLE 쿠페 / 출처=벤츠코리아

사람의 몸에서 영감을 받아 CLE 쿠페의 숄더와 뒷부분을 매혹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이 밖에도 고든 바그너는 독일 진델핑겐(Sindelfingen)과 프랑스 니스(Nice), 미국 칼즈배드(Carlsbad), 중국 상하이(Shanghai) 등 각국에 위치한 벤츠 디자인 스튜디오 동료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자동차 산업에 찾아온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라는 매우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지난 자동차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어 벤츠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고 강조했다.

동료들과 협업 중인 고든 바그너 CDO / 출처=벤츠코리아

벤츠는 전동화에 따른 변화상을 EQ 시리즈 디자인에 담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S클래스와 EQS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왼쪽)과 EQS의 모습 / 출처=벤츠코리아

내연기관인 S클래스는 긴 후드와 뒤로 빠진 캐빈 등 기존 벤츠 내연기관 디자인의 특징을 담고 있는 반면 EQS는 현재 벤츠의 DNA를 반영하면서도 블랙 패널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하는 등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이 디자인에 담겼다.

고든 바그너는 EQS 디자인을 전기 주행에 최적화된 ‘목적이 있는 디자인(purpose design)’으로 정의한다. 긴 휠 베이스(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 바닥에 길게 배치한 배터리, 조종석이 앞으로 향해 있는(Cab-forward) 디자인과 같은 특징이다.

EQS를 배경으로 서 있는 고든 바그너 CDO / 출처=벤츠코리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도 빼놓을 수 없다. 고든 바그너는 럭셔리 브랜드는 환경에 대한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믿으며, 벤츠의 다양한 디자인을 고민할 때도 지속가능성이 주요한 고려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이를 생산에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미래의 럭셔리'를 재정의하는 데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감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각적 순수미 강조…“미래에 시선 두고 앞서가는 디자이너가 되길”

고든 바그너는 자신과 브랜드가 고수하는 디자인 철학으로 ‘감각적 순수미(Sensual purity)’를 꼽았다. 그는 감각적 순수미를 아름다움과 특별함의 결합으로 정의하며,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매력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누구나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케치 작업 중인 고든 바그너 CDO / 출처=벤츠코리아

그는 디자이너의 작품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아이콘(Icon)’이 됐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디자이너가 새롭고 독특한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계속 남는 작품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벤츠는 그간 아이코닉(Iconic)한 디자인을 창조해 왔으며 자신의 역할은 앞으로도 유행처럼 지나가는 디자인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지닌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팀원들에게 선구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를 독려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동시에 브랜드 상징성은 유지하는 일관성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 최고 디자인 책임자는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언을 전했다.

그는 “차량이 점점 더 지능화됨에 따라, 현대의 자동차 디자인 분야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전문 분야가 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모든 요소와 더불어 파트너와 협업을 고려해야만 한다”며 “우리는 외관 스타일리스트와 조각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색상 및 트림 패션 디자이너, 스티어링 휠, 버튼들 같은 운영 요소 전문가뿐만 아니라 고급 액세서리를 만드는 제품 디자이너 등과 협업한다. 스크린 안팎에서 제공되는 시스템 및 UX를 만들어 낼 코딩 전문가와 디지털 디자이너, 광고 캠페인을 위해 마케팅 직원들과도 일한다. 이런 모든 요소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오케스트라처럼 작동하는 결과물이 디자인인 만큼, 디자이너는 미래에 살고 있어야 하며, 항상 앞서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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