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변기 소리만 나도 자지러지는 6살 금쪽이…오은영 진단은

이은 기자 2023. 10. 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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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작은 기계음에도 공포에 질리는 6살 금쪽이의 사연이 공개됐다.

20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생활 소음을 두려워하는 6세 금쪽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핸드 드라이어, 주차장을 지나가는 차량 바퀴 소리 등에도 금쪽이는 공포를 느꼈다.

이에 대해 금쪽이 엄마는 "주차장에서 (차가) 내려오면 경고음이 울리지 않나. 그게 무섭다고 하더라. 예전엔 더 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 나갈 순 있는데 차가 오면 후다닥 가니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이어 금쪽이의 일상이 공개됐고, 금쪽이는 에어컨의 안내 음성이 들리자 엄마 손에 들린 리모콘을 빼앗으며 "소리 나잖아. 소리 안 나게 해줘"라며 어쩔 줄 몰라했고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금쪽이는 청소기 작동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다른 방으로 뛰어가 피했고,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도 공포를 느꼈다.

금쪽이의 증상이 시작된 건 생후 6개월 정도였다고. 금쪽이 엄마는 어릴 때 수면을 돕기 위해 틀어준 백색소음에는 아들이 민감해하지 않았으나 "동물소리 나는 장난감을 만지면 나는 소 울음소리에 자지러지게 울었다"고 말했다.

금쪽이가 좋아하는 소리, 싫어하는 소리는 따로 있었다. 특히 시끄러운 식기세척기 소리, 내비게이션 소리를 좋아한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도로명, 지역명도 빠삭하게 알 정도라고.

이를 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흥미로운 게 에어컨에서 나오는 사람의 음성은 무서워하는데, 내비게이션 소리 역시 기계에서 나오는 사람의 음성이지 않나. 그런데 그건 좋아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소리와 불편해하는 소리의 카테고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진 영상에서 금쪽이는 엄마아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딴소리만 했다. 생활 소음 등 기계 소리에는 빠르게 반응하는 한편 사람의 말에는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여러 번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는 일상생활 소음을 무서워한다"며 "트라우마와 관련된 소리를 듣거나 청각이 과민한 경우 중요하지 않은 소리까지 들린다. 또 자폐 스펙트럼이나 특정 감각 처리가 어려운 특정 질환이 있을 때 감각 처리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여러 가능성을 짚었다.

금쪽이는 소리 뿐만 아니라 양치를 하며 입가에 묻은 거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하면 엄마의 "에~"라는 말에도 질색하며 과민 반응을 보였다. 이후 머리를 다듬기 위해 찾은 미용실에서도 공포감을 느꼈다. 머리카락이 얼굴과 목에 붙자 예민하게 반응했다. 샴푸하는 전동 의자에도 앉기 싫다며 몸부림을 치며 오열했다.

/사진=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이를 본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미용실에서 머리 안 감는다고 난리 치지 않았나. 미용실에서 머리 감으려면 누워야 하지 않나. 전동 의자가 싫었던 것 같다. 또 뒷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싫고 불쾌하다는 걸 아프다고 하는 것 같다. 안 좋아졌을 땐 촉각이 예민해지는 것 같다. 소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자극을 소화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금쪽이는 시·지각 처리에도 문제가 있었고, 아픔도 잘 못 느낀다고 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얼마 전도 냉장고 문에 부딪혀 눈 주위를 다쳤다"며 또 "강화 유리에 부딪히면 '아!'라고 해야 하는데 제 눈치를 본다든지 참는다"고 말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시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극 정보가 눈으로 들어오면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숙한 것 같다"고 봤다.

이어 "시·지각, 청각, 촉각 등 자극을 다루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감각 처리 장애라고 얘기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감각적 자극을 나이만큼 잘 다뤄내고 편안함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감각 처리 장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다양한 환경적 자극은 경험을 해야 한다. 경험을 못하면 다뤄내는 신경들의 연결이 안 일어난다. 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경험하지 못했을 경우 감각 처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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