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피란처’였던 1600년 된 교회도 무너졌다
그리스정교회 소속 교회 포격
이스라엘, 하마스 공습하다 피해
당시 피란민 500여명 생활 추정
정확한 사망자 수 집계 안 돼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병원이 폭발해 수백명이 사망한 지 이틀 만에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피란처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교회가 포격을 당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내무부는 그리스정교회 소속인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가 19일(현지시간) 포격을 당해 많은 수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교회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난민이 된 모든 사람들을 종교와 상관없이 품어온 곳이다.
하마스 측은 이번 피해가 이스라엘 공습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하마스 통제 센터를 겨냥해 공습을 하는 과정에서 교회의 벽이 손상됐다”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가자시티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아직 건물 잔해 아래 많은 사람들이 깔려 있어 정확한 사망자 수를 집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포르피리우스 교회는 5세기 무렵 가자지구에서 사역하던 주교의 이름을 따 425년경 설립됐다. 가자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교회로 추정된다. 현재의 교회는 1150년대 십자군전쟁 중 새로 건설됐으며, 1856년 복원을 거쳐 오랫동안 보존돼왔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숱한 하마스와의 교전과 공습에도 이 교회만큼은 건들지 않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수많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공습을 피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포격 당시 교회에는 회관에 있던 80명을 포함해 총 500명가량이 피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회는 지난 17일 폭발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알아흘리 병원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한 생존자는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사전에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정교회 총대주교청은 성명을 통해 “집을 잃은 어린이와 여성 등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는 피란처와 교회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소개령을 내린 가자지구 북부는 물론 피란민들이 몰려 있는 남부 지역까지 공습을 가했다. 칸 유니스에서는 민간 주택에 폭탄이 떨어져 주차장에서 축구를 하던 아이 4명이 죽거나 다쳤다.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거주지역에서도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병원과 교회, 학교, 주택 등 다수의 민간인 시설이 무차별 공격을 당하면서 가자지구의 사상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0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지난 7일 이후 최소 413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1만30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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