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러 백년대계 구축”…국제정세 “공동행동” 강조

박광연 기자 2023. 10. 2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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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교장관 방북 마치고 귀국
무기·‘핵 보유 인정’ 주고받은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새 시대 백년대계”로의 양국 관계 격상과 함께 한반도 등 국제 정세에 대한 “공동 행동”을 강조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공급하고 러시아로부터 군사·외교적 지지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19일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접견하며 “조·로(북·러) 수뇌회담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충실히 실현하여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 조·로관계의 백년대계를 구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방북 일정을 마치고 19일 평양을 떠났다.

러시아 외교부가 공개한 접견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조·로 친선 분위기가 여느 때보다도 가열되고 관심이 높은 시기”라며 “우리 외무상 동지와 두 나라 사이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으리라 생각하는데 이건 매우 의미가 크다”고 했다.

북·러가 각각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긴장 상황에 대해 군사·외교적 밀착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 제공이 지속·확대될 수도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기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확고하고 공개적인 지지에 사의를 표했다.

이에 상응해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강화 방침을 사실상 인정하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된다. 라브로프 장관이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북한의 모든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한반도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 없는 협상·대화 재개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속에서 상호 위협을 줄이는 핵 군축을 논의하자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북·러 공동 행동은 미국을 압박하는 성격이 커 보인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서방의 전선이 우크라이나에서 이스라엘까지 확대된 터라 미국의 군사·외교적 부담을 가중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라브로프 장관이 중·러 정상회담 직후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를 상징한다.

북·러 공동 행동이 군사적 움직임으로 가시화될 경우 한반도 긴장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이 연합해상훈련에 이어 22일 역대 처음의 연합공중훈련을 한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북·러가 연합군사훈련을 추진할 수 있다.

양국 협력 방안은 다음달 평양에서 열리는 제10차 북·러 경제공동위원회(무역·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위원회)에서 더욱 구체화할 예정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가장 공들이는 군사정찰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한 (논의)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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