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일각 “윤 대통령, 이재명 만나야”…수용 여부 ‘변화 가늠자’
하태경 “영수회담, 이해충돌 여지 사라져…국민에 좀 지는 정치를”
천하람·이석연 등도 요청…즉각 선 긋던 대통령실도 ‘뉘앙스’ 바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윤 대통령이 연일 국민과 민생을 강조하며 몸을 낮추는 분위기에서 여권에서도 영수회담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용할지 주목된다.
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그러면 국민한테 좀 지는 정치를 하셔야 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절반이 (영수회담에) 찬성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전엔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이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었는데, 이제 판사로, 재판으로 넘어가 이해충돌 여지가 없다”며 “충분히 (만날)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이해충돌’이란 명분으로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는데 이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지난 8·9일 성인 1032명을 대상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을 윤 대통령이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미디어토마토 조사(응답률 6.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보인다. 이 조사에선 과반인 51.2%가 ‘수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34.1%,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유보한 층은 14.7%로 나타났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당장은 좀 그럴 수도 있지만 길게 봐서는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8일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예전에 소주 한잔하면서 편하게 야당 인사들도 불러서 대화 나누겠다 그러셨는데,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국민들께서도 조금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 원로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지난 19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야당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야당과 협치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참모진과 회의하며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에도 “용산의 모든 참모가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라.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 하는 등 연일 소통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보궐선거 패배 후 여권의 기조 변화를 이끄는 행보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여야 영수회담의 수용이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오는 23일 당무에 복귀한다. 윤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하는 오는 31일 전후가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대표를 만날 가능성도 있느냐’는 질문에 “좀 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추석에 이 대표가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즉각적으로 선을 그었던 것에 비하면 ‘뉘앙스’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다만 당내 강성 친윤석열계에선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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