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공포에 빠진 금융시장…파월 “고물가 여전”
미 국채금리 상승세 ‘심리적 저항선’ 넘어, 전 세계 경제 파동 전망
연준 “물가상승 낮추려면 성장세 냉각 필요” 긴축 장기화 못 박아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공포에 빠졌다. 그동안 연준의 긴축 기조 표명에도 “금리를 조만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이, 미국 경기가 예상 밖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자 ‘고금리 장기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장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한 것이 상징적 신호로 해석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현지시간) 장중 연 5.001%까지 높아진 뒤 4.9898%에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 위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미 국채 10년물 5%’는 그간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고금리가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는 중요 기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전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세계 장기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난다.
최근 한국 국채 장기물 금리도 미국 장기물에 동조화하는 경향이 높아져 이 같은 우려가 동일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미 국채 금리의 상승 자체가 긴축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가라앉았던 미 은행권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채권 금리가 높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뜻인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값이 싸지면서 은행들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수요는 갈수록 줄고 이에 따라 은행권의 미실현 손실이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이는 미국의 양호한 경제지표에서 비롯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냉각되고 물가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고 물가도 아직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금리를 더 높이지는 않더라도,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을 더 오래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망치를 웃돌았고, 산업생산 및 비농업 일자리도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여전히 미국의 물가 수준이 높고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긴축 장기화 방침을 못 박은 것이다. 그는 19일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은 여전히 너무 높으며 최근 몇달간의 좋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낮추려면 경제성장세가 현 상황보다 다소 냉각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까지 인플레이션 둔화가 실업률의 의미 있는 상승이라는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지표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는 세계 경제활동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연준의 역할은 지정학적 위험의 경제적 함의를 파악하기 위해 전개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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