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학폭 사건’ 무마 의혹 김승희 의전비서관 사퇴

유정인·남지원 기자 2023. 10. 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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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 9주 상해 사실 국감서 공개
대통령, 3시간여 만에 사표 수리
부인, SNS에 대통령과 찍은 사진
사랑의 매 진술 등 징계 과정 논란

딸의 학교폭력 문제가 제기된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사진)이 20일 사퇴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안이 공개되자 대통령실의 공직기강조사 착수, 김 비서관의 사표 제출, 윤석열 대통령의 사표 수리가 하루에 이뤄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비서관이)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고 즉각 수리됐다”고 밝혔다.

앞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 딸의 폭행 사건을 공개하며 ‘권력형 학폭 무마 사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석 달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여학생이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리코더와 주먹으로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며 “사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의 심각한 폭행이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사건 직후 학교장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에 대한 출석정지가 이루어졌지만 피해자의 부모는 전학조치를 요청했는데 학급교체 처분이 됐다”며 “동급생이 아닌데 학급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학폭위 심의 결과를 보면 16점부터 강제전학인데 가해 학생은 15점을 받아 1점 차이로 강제전학을 면했다”며 “심사위원들이 강제전학 조처가 부담스러워 점수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 비서관 배우자가 학교장 긴급조치로 딸이 출석정지 결정을 받은 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김 비서관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을 올렸다며 “그러니까 혹여 (처리 과정에) 권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 어머니 진술에 ‘일종의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고 기술돼 있다”며 “김 비서관이 가해자 부모로서 피해 학생과 가족에게 사과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 ‘강제전학’ 요구했던 피해 학생 측 ‘학급교체’ 조치에 “학년 다른데 무슨 의미”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동기
비외교관 출신 이례적 임명
‘선 긋기’…초고속 사표 수리
면직돼 공직기강조사 중단

대통령실은 이를 인지한 뒤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조사에 착수하고, 21일부터 예정된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수행단에서도 배제 조치했다.

김 비서관이 물러나면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직기강조사는 중단될 예정이다. 김 비서관은 별정직 공무원이어서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감찰 중에도 사표 수리가 가능하다. 당초 대통령실은 조사를 통해 김 비서관이 이 사안과 관련해 직위를 남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처신한 부분이 있는지 따져볼 예정이었다.

대통령실의 조사 착수 발표부터 사표 수리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30분이다.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한 데는 대통령실 참모진 관련 의혹에 보다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민심 소통’과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만큼 악재가 될 수 있는 참모진 관련 의혹에 빠르게 선을 그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간 사실관계 파악 등으로 대처에 시간이 걸린 때도 있었다”며 “앞으로는 더 선제적으로 엄정하고 철저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한 지 8일 만에 대통령실 핵심 참모의 ‘딸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월 역시 아들의 학폭 문제로 하루 만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 사건과 같은 의혹에도 임명이 강행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건까지 연달아 거론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공개한 ‘공직 예비후보자 자기검증 질문서’에 학폭 관련 4개 문항을 신설하며 검증을 강화했다. ‘정순신 사태’ 여파 등으로 이뤄진 조치로 해석됐다.

김 비서관 사퇴로 윤 대통령 순방을 하루 앞둔 시점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이 공석이 됐다. 김 비서관은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의전비서관으로 일해왔다. 김 비서관은 행사 및 전시기획 분야 전문가로, 대선 경선 캠프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 출범 때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합류했다.

이후 전임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지난 3월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한 달 만에 후임으로 임명됐다. 비외교관 출신이 이 직을 맡은 건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인연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김 비서관은 김 여사와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최고위 과정 30기 동기다.

유정인·남지원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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