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범죄·테러 양산하는 ‘인셀 커뮤니티’의 정체[책과 삶]
인셀 테러
로라 베이츠 지음 | 성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 496쪽 | 2만1000원
페미니스트 작가 로라 베이츠가 인셀을 비롯한 남성들의 커뮤니티를 탐구한 책을 펴냈다. 인셀은 비자발적 순결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다. 여성과 자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남성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1년간 20대 남성 ‘알렉스’로 위장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잠입했다.
“난 아직도 동정을 못 뗐다. 모든 타락하고 건방진 XX들을 도륙하겠다.” 2014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여학생 클럽에서 총기를 난사한 엘리엇 로저가 범죄 전 남긴 말이다. 총기 난사·강간·살인·스토킹 등, 여성을 향한 인셀의 테러가 반복된다.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를 ‘극단주의 사상에 따른 테러’로 여기는 보도는 많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는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성 가해자에 대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대면해야 할 때는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정상적인 남자들과 선을 긋기 위해 이들을 ‘짐승’ ‘괴물’이라고 묘사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이라며 개인 차원으로 일축하려던 경찰의 태도도 같은 선상에 있다. 언론도 이들을 잘 다루지 않았다. 저자는 “그들을 논쟁의 타당한 한쪽 입장으로 인정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비하지 않고서는 이들의 실체적 위협에 맞서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사실 속으로는 강간당하기를 원한다’는 등의 극단적 사상은 인셀 커뮤니티에서 좀 더 대중적인 온라인 사이트의 게시판으로, 채팅방으로, 술집에서의 대화로, 가족과의 식탁 위로 일상을 파고들고 제도와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베이츠는 경고한다.
커뮤니티에서 건져 올린 경악스러운 표현은 일부러 날것 그대로 실었다. 그는 이 표현들이 “지독하게 혐오스럽지만 믿을 수 없이 일상적”이라고 말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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