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왜 판사가 마음대로 가해자 용서하나”

이보라 기자 2023. 10. 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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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가해자의 형량을 감경한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피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감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1심 법원이 반성문 제출 등을 가해자의 형량 감경 사유로 인정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이 가해자의 반성이 인정되는지 전혀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반성, 인정, 불우한 환경이 도대체 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는 또 1심 재판이 진행될 때 재판 기록 열람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수차례 거절해 민사소송을 통해 1심 재판이 끝나고 나서야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방어권만 있고, 피해자의 방어권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했다.

피해자는 “1심 판결 후 가해자가 ‘다음번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했다. 혼자서 이 피해를 감당하면 끝났을 일을 괜히 가족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20년 뒤 죽을 각오로 열심히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며 “제 사건을 계기로 많은 범죄 피해자를 구제해달라”고 했다.

해당 사건 가해자는 1심에서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검찰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2심 공소장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살인미수죄로 변경됐는데, 여기엔 원래 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 밖에 없다. 이 사건이 법률상 감경할 사건인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피해자에게 공판 기록을 주지 않아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노출됐고 보복범죄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민사소송을 통해) 공판 기록을 받으란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관할 고등법원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며 “(참고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김 법원장은 형사소송 절차를 언급하며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을 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법원장이 웃음을 보이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게 웃을 일인가. 부산에서 당신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몰라도, 그 태도가 뭔가”라며 “인간이라면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날 오후 이어진 부산고검 등 지방 검찰청에 대한 국감에서도 전주혜 의원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2심에서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살인미수죄로 공소장이 변경된 점을 지적하며 초동 수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최경규 부산고검장은 “1심에서 감정이 (피해자의) 의복 외부에서 이뤄졌고,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의복 안쪽에서 (가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됐다”며 “처음에 (수사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아쉬움이 보여진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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