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국감장서 호소… “왜 판사 맘대로 용서하나”

부산고법 등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 “숨 막히는 공포 느껴”
與野, ‘피해자 공판기록 열람제한’ 지적… 부산고법원장 발언·태도 질타도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며 가해자 재판 결과를 비판함과 동시에 보복 범죄에 대한 우려를 호소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부산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1심 판결 후 가해자가 ‘다음번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혼자서 이 피해를 감당하면 끝났을 일이 괜히 가족에게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 가해자는 1심에서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는 검찰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해당 판결로 확정됐다.

피해자는 1심 법원이 가해자의 반성문 제출 등을 이유로 형량을 줄여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이 가해자의 반성이 인정되는지를 전혀 인정할 수가 없었다”며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반성, 인정, 불우한 환경이 도대체 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피해자는 국정감사장을 떠나면서 “20년 뒤 죽을 각오로 열심히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며 “제 사건을 계기로 많은 범죄 피해자를 구제해달라”고 정치권에 거듭 호소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법사위 국감장에 출석한 피해자를 향한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형사소송 재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또 피해자가 공판 기록 열람을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된 점이 보복범죄에 대한 공포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여야는 모두 법원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자를 향해 “이 자리에 나와 준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피해자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처벌법상 간강 등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되는데, 법원이 법률상 감경을 한 점을 지적한 뒤 ‘기계적 감경’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의 (공판 기록) 열람 등사는 재판을 받을 권리”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결국 피해자에게 공판 기록을 주지 않아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노출됐고, 보복범죄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에서 피해자 권리 구제를 위한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직접 (민사 소송을 통해) 공판 기록을 받으라는 부분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관할 고등법원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며 “(참고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다만 김 법원장의 해당 발언과 태도로 거듭 지적을 받았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김 법원장을 향해 “안타깝다는 표현이 말이 되나”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법원장은 형사소송 절차를 언급하며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닌 검찰을 향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법원장이 웃음을 보이자, 조 의원은 “이게 웃을 일인가”라며 “부산에서 당신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몰라도 그 태도는 뭔가”라고 호통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