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다녀온 뒤 발열·복통에 간기능 이상 있다면…‘개회충’ 감염 여부 꼭 확인해보세요
생고기·오염된 야채 섭취 땐
급성 간부전 등 합병증 초래
원인 모를 급성 간부전으로 간이식 치료까지 논의하던 환자가 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퇴원한 사례가 나왔다. 고통의 원인은 ‘개회충’이었다. 최근 생식을 했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발열과 복통, 간기능 이상을 보인다면 개회충 감염 여부를 확인해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교수(소화기내과), 조문영 임상강사(소화기내과), 이성학 교수(병리과) 연구팀은 개회충에 감염돼 급성 간부전까지 나타났다 치료에 성공한 51세 여성의 사례를 국제 학술지 ‘위장병학(Gastroenterology)’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환자는 평소 기저질환이 없었는데 갑자기 고열이 지속되고 오른쪽 복부 통증이 계속되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백혈구와 호산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심각한 간농양이 확인돼 입원했다. 간농양은 면역기능이 떨어졌거나 세균이 간으로 침투해 간에 고름이 생기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는 심각한 간농양 때문에 환자의 간에선 급격하게 기능이 손상되는 간부전이 진행됐다. 간이식 수술까지 고려해야 할 상태였다.
연구진은 환자가 전원되어 오자 간 조직검사를 시행해 개회충 유충을 발견했다. 종합적인 검사 결과, 환자는 개회충증으로 인한 간농양 및 간동맥 가성동맥류 출혈로 진단됐다. 개회충 감염을 치료하는 항원충제(구충제)를 복용하고 염증반응을 개선시키기 위한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받은 뒤 환자는 극적으로 병세가 호전되어 퇴원했다.
국내 보건의료와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기생충 감염 때문에 생기는 간농양이 드물다. 하지만 익히지 않은 생고기와 생간, 오염된 흙이 묻은 야채를 섭취할 경우 간은 물론 폐·눈·뇌 등의 부위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개회충이 간농양 및 합병증을 일으킨 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 사례처럼 심각한 수준의 염증과 출혈이 나타났다 빠르게 호전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성필수 교수는 “국내에서 기생충 감염 및 잠복을 확인하기 위해 채혈해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개회충 감염 표지자가 50%까지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거나 생식을 한 후 발열, 복통, 간기능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개회충 감염을 고려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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