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참사 이유 있었네!’ 분열된 남자농구대표팀, ‘원팀’ 아니었다! [서정환의 사자후]

서정환 2023. 10. 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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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아시안게임 7등을 하고 온 남자농구 ‘항저우 참사’의 이유가 있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끌었던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6일 중국 항저우 저장대 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7-8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74-55로 이겼다. 한국은 역대최저인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종전 최저성적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위였다.

‘항저우 참사’를 두고 농구인들 사이에 여러 책임공방이 오가고 있다. 항상 지적받는 재정이 열악한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지원부족, 상대 국가에 대한 스카우팅 등 코칭스태프의 준비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가 제기된다.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선수들은 전원이 모든 순간에 100% 최선을 다했을까? 아니다. 선수들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번 대표팀은 '원팀'이 아니었다. 

코칭스태프 지시에 따르지 않은 선수들, 동료끼리도 갈등

이번 대표팀은 선발부터 일부 선수가 제외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 내부에 파벌이 있고 추일승 감독과 대립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왔다. 추일승 감독이 뽑은 선수가 제 기량을 내지 못해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대표팀이 분열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끼리 내부에서 문제가 많았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추일승 감독이 선수단 전체를 장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세 달 간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했다. 하지만 연습경기 상대를 찾지 못해 추일승 감독이 직접 한국가스공사에 부탁을 했다. 대표팀이 진천에서 대구까지 당일치기로 가서 경기를 하고 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시리아 올림픽 최종예선 참가도 무산됐다. 실전경험이 너무 없었다.

협회가 발빠르게 일본과 서울 친선 2연전을 주선해 성사됐다. 하지만 부족했다. 결국 대표팀은 일본 후쿠시마 등으로 급하게 전지훈련을 갔다. 일본에서 만난 연습상대도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은 협회와 추일승 감독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너무 일찍 최종명단을 발표했고, 다수의 부상자까지 나왔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참사가 예견됐다.

“요즘 선수들 통제가 안됩니다”

한국은 3진이 나선 일본과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서 77-83으로 패한 것이 결정적 참사의 원인이었다. 한국은 무려 17개의 3점슛을 허용했다. 일본은 센터까지 3점슛 4개를 쏴서 3개를 넣었다. 일본에 대한 전력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맞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관계자는 “경기 중 일본의 3점슛이 계속 터졌다. 보통 3개 연속 맞으면 모르는 선수도 당연히 수비를 한다. 감독이 외곽슛 수비를 지시했지만 선수들이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는 “감독님이 상황에 따른 수비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적어도 코트안에서 대단한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한국은 중국과 8강전서 70-84로 패하며 5-8위 순위결정전으로 밀렸다. 이때부터 뛰지 못하는 선수가 대거 발생했다.

관계자는 “트레이너에게 물었을 때 실제로 다친 선수는 둘이었다. 하지만 너도 나도 뛰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요즘 선수들은 통제가 안된다. 뛰고 싶지 않으면 뛰지 않는다. 애국심이나 부상투혼 등의 말은 구시대의 유물”이라 전했다.

농구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열악한 것은 맞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타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 중 농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은 수없이 많다. “프로에서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봉 수억 원을 받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 점점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팀의 열악한 환경을 보면 선수들이 자부심을 갖고 뛰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구단이기주의, 협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KBL 구단과 대표팀의 협조도 문제가 많았다. 합숙훈련 기간은 세 달이었지만 각종 구단 행사로 일부 선수들이 차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상선수까지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선수가 6-7명 수준이라 자체 5대5 연습경기도 제대로 치른 날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연습경기 상대도 없으니 훈련이 제대로 될리가 만무했다. 선수들끼리 합이 맞는지 맞춰볼 기회도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관계자는 “구단관계자가 추일승 감독에게 ‘이런 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하지 말라’며 언성을 높인 적도 있었다. 한국이 8강에서 패하자 소속선수들에게 ‘시즌 개막이 얼마 안 남았으니 살살하고 오라’고 말한 구단도 있다고 들었다”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은 이미 2028년 LA올림픽까지 계획이 있다. 한국은?

일본은 자국에서 개최한 2023 농구월드컵에서 3승을 수확하며 아시아 1위로 파리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에는 대표팀 강화명단 25인에 포함되지 않은 신진들을 내보냈다.

일본농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농구월드컵 종료 후 ‘일본농구 강화와 육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기자는 일본농구협회의 협조로 보고서를 입수했다. 일본농구협회는 협회창립 100주년을 맞는 2030년까지 대표팀 로드맵과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하고 그 안에 세부계획을 차분하게 실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구를 실제로 플레이 하기 좋아하는 스포츠 1위로 만든다’, ‘농구를 관전하기 좋아하는 스포츠 3위로 만든다’, ‘해외에서 뛰는 수준 높은 선수를 남녀 10명씩 육성한다’, ‘올림픽에 연속 출전하고 세계 16강을 노린다’, ‘일본 내 1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꿈의 경기장을 16개 만든다’, ‘국제대회를 유치해 일본내 농구열기를 높인다’, ‘농구사업규모를 600억 엔(약 5414억 원) 규모로 성장시킨다’, ‘농구를 일하고 싶은 스포츠계 넘버원으로 만든다’는 큰 목표가 있다. 이 중 다수는 이미 구체적 세부 실천계획이 나왔고, 조만간 실현을 앞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당장 내년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귀화선수 라건아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추일승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계약기간이 종료됐다. 당장 한국은 내년 2월부터 ‘아시아컵 2025’ 예선을 시작한다.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와 A조에 속한 한국은 2월 22일 호주 원정경기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감독자리는 공석이다.

프로농구출신 지도자 세 명이 남자대표팀 감독공모에 응모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누가 감독을 맡든 한국농구가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항저우 참사’에도 한국은 왜 아시안게임에서 참패를 당하고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바꿀지 전혀 계획이 없다. 누구 때문에 졌다는 비방만 오가고 있다. 

당장 21일 프로농구 시즌이 개막하며 아무도 한국농구와 대표팀은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항저우 참사’는 과거 속 역사로 잊혀지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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