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 횡령에 성희롱, 상관 폭행까지…교육부 감사는 10년만에

【 앵커멘트 】 공금을 횡령하고 여직원에 대한 상습적 성희롱과 상관 폭행까지. 공공기관이라면 기강 해이를 의심케 하는 비위 행위일텐데요. 교육부 산하에 민족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한국고전번역원이라는 연구기관에서 최근 3년 간 벌어진 일들입니다. 최돈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고전문헌 정보를 처리하는 부서 소속 A씨는 2020년부터 한 업체로부터 전산용품을 구매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명의상 A씨의 인척 회사였고 이마저도 실질적으로는 본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 과정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1,600여만 원을 챙겼습니다.

지난해 A씨에 대해 한 차례 징계 처분이 내려졌지만 사유는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아닌 회계 처리 단순지연이었습니다.

A씨가 물품 비용 집행을 담당한 탓에, 공금이 과다 청구되고 결재 문서가 위조된 사실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겁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일용직 여성 근로자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혐의로 해임됐습니다.

"세상에서 문학과 여자가 제일 좋다"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수시로 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특정 신체를 묘사하는 시와 노래 가사를 만들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뿐 만이 아닙니다.

한 연구원은 출근 시간 사무실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상관을 일방적으로 폭행해 전치 4주의 상해를 가하는 등 직원들의 비위 행위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최돈희 / 기자 - "최근 3년 간 이곳에서 조치된 파면이나 해임 같은 중징계 조치만 7건에 달합니다."

번역원 측은 특정 시기에 징계 처분이 집중된 건 맞다면서, 최근에 감사 전문 인력을 배치해 재발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기강 해이가 심각한데도 교육부가 산하 기관인 번역원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건 최근 10년 간 2012년과 지난해 고작 두 차례가 전부였습니다.

MBN뉴스 최돈희입니다. [choi.donhee@mbn.co.kr]

영상취재 : 김현석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 그래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