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가 실제 공포감 못 느껴도 스토킹 처벌 가능” 첫 판단
[앵커]
스토킹처벌법 시행, 내일로 2년째를 맞았는데요.
스토킹 범죄를 폭넓게 인정하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객관적으로 공포감을 느낄 만한 행위면 스토킹으로 인정되고, 집 앞에서 기다리는 비교적 가벼운 행위여도 반복되면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집니다.
진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가정폭력을 일삼다 아내와 이혼한 50대 남성 A 씨.
이혼 후에도 괴롭힘은 계속됐습니다.
전처를 성폭행하고, 접근금지 명령도 무시한 채 전처와 네 자녀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갔다가 한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 A 씨는 술에 취해 또다시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한 달 사이 여섯 번.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문을 발로 찼고,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A 씨는 결국 지난해 스토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과 2심 모두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피해자가 실제로 불안과 공포를 느껴야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는지였습니다.
A 씨 측이 단순히 현관 앞에서 기다리거나, 초인종을 누르거나, 자녀들만 있을 때 부탁해 집 안에 들어간 행위로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 거라며, 혐의 일부를 무죄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과 공포를 가졌는지와 관계 없이, 객관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기 충분한 행동을 했다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개별 행위 자체는 비교적 가볍더라도 행위가 반복될 경우 공포심이 비약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며, 스토킹 범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은영/대법원 공보연구관 :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 보호 범위가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데 판결의 의의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A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이 확정됐습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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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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