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복귀하세요” LG 감독의 덕담이 현실로…염경엽vs김태형 ‘엘롯라시코, 제대로 붙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년에 복귀하면 좋겠습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과 20일 롯데 자이언츠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태형 감독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KBO리그 최고 명장이라는 점과 함께, 달변가라는 점이다. 김태형 감독이 좀 더 유머러스하고 염경엽 감독은 촌철살인에 가까운 스타일이긴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밝힐 줄 알고, 말로 사람들과 조직을 설득하는 힘을 갖고 있다.
KBO리그 대표 라이벌매치, 엘롯라시코가 내년부터 뜨거워진다. 김태형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2년만에 현장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날 김태형 감독과 3년 최대 24억원에 계약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과 함께 KBO리그 사령탑 최고대우.
두 사람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2015~2016년, 2019년까지 3회이며, 이강철 감독은 2020년 1회다. 염경엽 감독은 세 사령탑 중 가장 빠른 2013년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했으나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1회(2014년)를 달성했다. 올 시즌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흥미로운 건, 염경엽 감독이 최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놓은 얘기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LG는 지난 5일 부산 롯데전서 5-3으로 승리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당시 중계방송사가 김태형 해설위원의 SBS스포츠였다. SBS스포츠는 경기 후 염경엽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역시 LG의 한국시리즈 준비가 화두였다. 인터뷰 도중 이준혁 캐스터가 김태형 위원의 사령탑 시절을 얘기하며 한국시리즈 경험이 많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염경엽 감독이 잽싸게 위트로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김태형 위원을 두고 “전화도 가끔하는 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내년에 복귀하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세 사람 사이에 웃음꽃이 피었다. 당시에도 김태형 감독은 이미 롯데 부임설이 업계에 쫙 퍼진 상태였다. 염경엽 감독은 “제가 포스트시즌에서 진 게 많아서 갚아주려고요”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도 웃으며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말이 현실이 됐다. 김태형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2020년 두산과 SK 소속으로 맞대결을 벌인 뒤 3년간 맞대결이 없었다. 염경엽 감독이 그해 6월25일 인천 더블헤더 1차전 도중 극심한 스트레스로 쓰러질 당시 3루 덕아웃의 김태형 감독이 1루 덕아웃으로 득달같이 달려가 염경엽 감독을 염려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봤다. 그만큼 두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끈끈한 사이다.
염경엽 감독 말대로 포스트시즌서는 김태형 감독의 압승이었다. 두 감독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무려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염경엽 감독의 넥센과 김태형 감독의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서 맞붙었다. 두산이 3승1패로 넥센을 누르고 플레이오프로 갔다. 김태형 감독은 사령탑 첫 시즌이었고, 포스트시즌 데뷔 상대가 염경엽 감독의 넥센이었다. 모두 알다시피 김태형 감독의 두산은 2015년 3위로 시즌을 마친 뒤 도박 파문으로 휘청거린 삼성까지 무너뜨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이후 두 감독이 포스트시즌서 맞붙은 적은 없었다. 단, 2019년 SK의 역대급 용두사미 시즌 당시 김태형 감독의 두산이 염경엽 감독의 SK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에 따돌리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적이 있었다. 물론 SK가 2018년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두산을 잡고 우승했지만, 당시 염경엽 감독은 SK 단장이었다.
어쨌든 염경엽 감독의 갚아줘야 한다는 발언은 사실에 기반한 얘기다. 그리고 복귀하라는 덕담 역시 진심이라고 봐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단장, 해설위원, KBO 각종 행정경험을 풍부하게 쌓으며 한국야구의 판이 커져야 발전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야구인 중의 한 명이다. 두산 이승엽 감독의 성공을 그래서 빌었고, 롯데로 돌아온 김태형 감독도 진심으로 환영할 것이다. 물론 내년부터 다시 전쟁이다. 염경엽 감독으로선 리벤지 기회가 생겼다. 그 무대가 무려 엘롯라시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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