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나열식 예고한 정부 연금개혁안 무책임하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9일 최종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시나리오만 24개로 제시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가 개혁안을 내야 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 기한을 내년 4월 총선 뒤로 재차 연장하고, 전문가들이 가짓수만 늘려 놓으면서 정부의 연금개혁은 더 꼬이게 생겼다. 단일안 제시 없이, 정부가 기초연금·퇴직연금 등을 아우르는 식의 포괄적 구조개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재정계산위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을 45%·50%로 인상하는 경우까지 고려해 총 24개 재정 전망 시나리오가 담겼다. 지난달 1일 공개한 초안은 ‘더 내고 늦게 받는’ 18가지 시나리오였다. 여기에 초안에 빠져 논란이 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합한 6개가 추가됐다. 시나리오를 보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 45%·50% 모델을 조합하면 예상되는 소진 시점이 각각 2061년, 2060년이다.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5%·50%로 올릴 땐 기금이 각각 2068년, 2065년 고갈된다. 결국 최종보고서에서도 방점은 재정 안정에만 찍힌 셈이다. 전문가들도, 정부도 어떤 매듭이 없는 나열식 보고서로 연금개혁을 표류시키고 있는 것이다.
2055년이면 연금재정은 바닥난다. 개혁 시기가 늦춰질수록 미래세대 부담은 더 커진다. ‘2023 글로벌 연금지수(MCGPI)’를 보면 한국 연금제도는 전 세계 47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42위를 기록했다. 앞서 7월에도 맥킨지가 국내 공적·사적연금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47%에 불과해 국민의 충분한 노후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정부가 단일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부담에 정부 뜻과 로드맵이 담긴 개혁안 제출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그냥 연금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이냐”고 묻자 연금정책국장은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개혁안 틀조차 언제 만들어질지 함흥차사가 될 판이다. 인기가 없어도 연금을 포함한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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