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차기 피해자 공판기록 열람 책임 두고 검찰-법원 신경전(종합)
법원장 "화살은 검찰 향해야"…부산고검장 "남탓 비겁하다"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그간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로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항소심 심리를 맡은 법원은 피해자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현행법상 공판기록 열람 권한 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질의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돌려차기 피해자 A씨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국 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가림막 뒤로 모습이 가려진 상태로 의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A씨는 1심 공판이 끝나고 공판기록 열람을 신청한 이유에 대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1심 공판에서 사각지대 7분의 시간이 있었다는 걸 듣고 처음 성범죄를 의심하게 됐다"며 "재판부에 수차례 열람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가해자에게 소송을 걸어 문서송부촉탁을 하라고 권유받았다"고 답했다.
A씨는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됐지만 피해자의 방어권은 없었다. 1심 기록을 받아봤는데 성범죄와 관련한 (가해자의) 허위 진술이 가득한 데 따질 수도 없었다"며 "상고심에선 양형부당을 신청할 수도 없어 성범죄에 대해선 제대로 된 판결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심이 끝나고 1200쪽에 이르는 공판 기록물을 들고 다녔다"며 "재판부에 성범죄를 적극 조사해야 한다고 어필했고, 그나마 얻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피해자는 모든 공판에 참여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있는데 법원은 오히려 공판기록 열람도 거부하고 '소송해서 받아 가라'고 안내했던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원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가해자는 피해자가 계속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형벌을 키웠다고 말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마치 제가 열심히 참석한 것 때문에 자신이 죄를 받은 것이라며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고, 주소를 달달 외우며 '다음에는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쓴소리도 이어졌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김흥준 부산고법원장의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말에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타하며 돌려차기 사건을 다룬 방송 보도가 나온 후 재판부의 태도가 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김 법원장은 "형사소송 절차 자체가 기소된 공소사실을 중점으로 심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건으로 알고 있다. 공소사실 변경조차 안 됐는데 재판부가 가능성을 보고 받아줬다"며 "피해자의 주장 일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그럴(성범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DNA 검사 등을 적극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법원장은 "기본적인 (책임에 대한)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닌 검찰을 향해야 한다"며 "기소되지 않은 공소사실을 두고 재판을 심리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이어진 국정감사에선 조 의원이 최경규 부산고검장에게 김 법원장의 '화살' 발언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물었는데, 최 고검장은 "동의하지 않는다. 자기가 책임질 거면 자기가 책임지면 되는 것이지 비겁하게 남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조 의원이 "비겁하다고 생각하나"며 재차 질문했음에도 최 고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피해자 진술권 보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정영학 부산지검장은 "1심 공판 검사가 양형 증인으로 (피해자를) 증인 신청했는데,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 지검장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1심에서 방청석에서 진술을 했지만 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직접 진술은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설명에도 피해자 진술권에 대한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자 정 지검장은 발언 시간이 지난 이후에 직접 발언권을 얻어 공소장 변경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요약하면 중상해 혐의로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을 검찰이 성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 속옷에 대한 DNA 검사를 경찰에 지시했는데 기소할 때까지 결과를 받지 못해 일단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정 지검장은 1심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속옷 DNA 검사가 나왔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항소심에서 추가 증인을 신청하고 대검찰청에 피해자 의류에 대한 정밀 재감정을 맡기는 등 절차를 거쳐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형사소송법에 피해자가 (공판 기록) 열람 신청을 거절당했을 때 피해자가 다퉈볼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피고인의 방어권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사정이 없으면 웬만하면 공개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법원장도 이에 "적극 동의한다. 법원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공소 제기를 통해 재판부가 심리할 소송물 자체가 특정되기 때문에 (열람 신청 확대 및 증거 조사)를 넓히기 위해선 검찰의 움직임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 돌려차기는 지난해 5월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혼자 귀가하던 A씨가 몰래 뒤따라오던 B씨로부터 발차기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사건이다.
B씨는 1층 복도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A씨를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또 B씨는 구치소에서 B씨와 전 여자친구에 대한 보복 및 협박성 발언을 한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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