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폭’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사퇴…“부모로서 깊은 책임감”
자녀 학교폭력 문제가 제기된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20일 사퇴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마자 대통령실의 공직기강조사 착수, 김 비서관의 사표 제출, 윤석열 대통령의 사표수리가 하루에 이뤄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비서관이)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 느낀다’면서 국정에 부담 주기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고 즉각 수리됐다”고 밝혔다.
앞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 자녀의 폭행 사건을 공개하며 ‘권력형 학폭 무마 사건’ 의혹을 제기했다. 초등학생인 김 비서관 자녀는 교내 화장실에서 한 학년 아래 학생을 폭행해 전치 9주 상해를 입혔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강제 전학을 요구했지만 두 달 만에 열린 학폭 심의에서 학급교체 처분을 결정했다”며 학년이 다른 만큼 실효성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 비서관 자녀는 심의에서 강제 전학 기준(16점)에 1점 못 미치는 15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또 김 비서관 배우자가 학교장 긴급조치로 자녀가 출석정지 결정을 받은 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김 비서관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을 올렸다며 “그러니까 혹여 (처리 과정에) 권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 어머니 진술에 ‘일종의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고 기술돼있다”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인지한 뒤 김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조사에 착수하고, 오는 21일부터 예정된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수행단에서도 배제조치했다.
김 비서관이 물러나면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직기강조사는 중단될 예정이다. 김 비서관은 별정직 공무원이어서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감찰 중에도 사표 수리가 가능하다. 당초 대통령실은 조사를 통해 김 비서관이 자녀 사안과 관련해 직위를 남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처신한 부분이 있는지 따져볼 예정이었다.
대통령실의 조사 착수 발표부터 사표수리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30분이다.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한 데는 대통령실 참모진 관련 의혹에 보다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민심 소통’과 낮은 자세를 강조하는 만큼 악재가 될 수 있는 참모진 관련 의혹에 빠르게 선을 그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즉각적 조사 착수 등이 이뤄진 것을 두고 “그간 사실관계 파악 등으로 대처에 시간이 걸린 때도 있었다”며 “앞으로는 더 선제적으로 엄정하고 철저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한 지 8일만에 대통령실 핵심 참모의 ‘자녀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월 역시 ‘자녀 학폭’ 문제로 하루 만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 사건과 ‘자녀 학폭’ 의혹에도 임명이 강행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건까지 연달아 거론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공개한 ‘공직 예비후보자 자기검증 질문서’에 학교폭력 관련 4개 문항을 신설하며 사전 검증을 강화했다. ‘정순신 사태’ 여파 등으로 이뤄진 조치로 해석됐다.
김 비서관 사퇴로 윤 대통령 순방을 하루 앞둔 시점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이 공석이 됐다. 김 비서관은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의전 비서관으로 일해 왔다. 김 비서관은 행사 및 전시기획 분야 전문가로, 대선 경선 캠프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 출범 때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합류했다.
이후 전임 김일범 의전 비서관이 지난 3월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한 달 만에 후임으로 임명됐다. 비외교관 출신이 이 직을 맡은 건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인연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김 비서관은 김 여사와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최고위 과정 30기 동기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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