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포심 실제로 안느꼈어도 느끼게 할 정도 행위면 스토킹"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스토킹 행위가 맞는지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실제로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느끼게 할 정도의 행위라면 스토킹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성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09년 B 씨와 결혼해 자녀들을 두었지만 2017년 이혼했습니다.

B 씨는 이후 혼자 자녀들을 양육하다가 지난 2021년 A 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해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는 등 A 씨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A 씨는 B 씨 집으로 찾아가 현관문 앞에서 B 씨와 자녀들을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해 11월까지 현관문을 발로 차거나 자녀들만 있을때 문을 열어달라고 한 뒤 집 안으로 들어가 접근하고, 초인종을 여러차례 누르고 소리를 지르거나 집 안 마당에 눕기도 하는 식으로 모두 7차례에 걸쳐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A 씨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각 행위가 모두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켰을 걸로 보인다"며 스토킹 범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2심 재판 과정에서 검사 측이 A 씨 범행 7건 중 1건은 범죄가 아니라고 보고 공소사실에서 빼면서 2심 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스토킹범죄는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켜야 성립되는에 일부 행위는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았으므로 스토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행위가 객관적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것이라면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에 해당한다"며 "A 씨의 행위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2심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피해자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가졌는지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정도라면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스토킹이 성립되는데 상대방이 실제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꼈는지 여부는 요구되지 않고 행위만을 보고 판단한다는 기준을 대법원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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