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18개 시나리오' 보고서…"백화점식 나열" 비판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18개 시나리오와 6개 재정전망이 담긴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의 보고서가 20일 공개된 가운데 국회에선 이에 대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구체적인 제안없이 시나리오만 나열한 '백화점식 보고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료와 수급개시 연령, 기금운영 수익률을 1% 가량 올리는 등 재정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며 "소득대체율 강화와 타 연금과의 형평성, 사각지대 해소 등에 대한 고민이 없는 반쪽짜리 보고서"라고 말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해당 보고서에서는 최소 20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제안은 없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만 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눈치보느라 전문가와 정부, 국회가 '폭탄 돌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같은 당 서정숙 의원도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모호하게 민감한 이슈는 피하고 예상 시나리오를 나열하는 정도 계획만 작성해서 서로 책임만 회피하는 그런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이 되지 않기를 꼭 바란다"고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눈치를 보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역시 "(여러 가지 중) 몇 가지 시나리오를 최종안으로 제시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복지부는 재정계산위의 자문을 참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정부의 연금개혁 '실기'와 관련한 공방도 벌어졌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네 개 안을 제시했더니 당시 야당이 무책임의 극치라고 했는데, (수십 개 시나리오를 제시한) 이번 정부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했다. 반면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2013년 3차 재정계산 때는 연금이 2060년에 소진된다고 했고 2018년엔 2057년, 올해 3월에 발표한 추계로는 2055년으로 더 앞당겨졌다"며 "당시 정부들은 아무 대책 없이 연금 개혁에 손 놓고 있었다"고 했다.
이날 복지부가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연금 재정계산 보고서를 보면, 앞서 공개된 재정안정화 방안 총 18개 시나리오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 따른 재정전망 총 6개가 추가됐다. 추가된 6가지 재정전망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각각 45%, 50%로 올리는 방안과 현행 9%인 보험료율을 각각 12%, 15%로 올리는 방안을 조합한 4개 경우와, 보험료율을 유지한 채 소득대체율을 각각 45%, 50%로 올리는 2개의 경우다.
보고서는 크게 재정안정화 방안과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나뉜다. 재정안정화 방안은 보험료율 인상(12%, 15%, 18%)과 지급연령 상향(68세), 기금투자 수익률 제고(0.5%포인트, 1.0%포인트) 등의 변수를 조합한 시나리오다. 반면 노후소득보장 방안은 재정전망만 담고 지급연령과 기금투자 수익률 변수를 감안한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원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연금개혁 정부안을 이번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국민연금 운영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제시하며 "정부의 수탁사업에 국민연금공단의 연기금(연금기금)을 끌어다썼는데 2011~2015년에는 얼마나 가져다 썼는지 확인도 안 되고 있다"며 "2016년부터 2022년에는 1067억원이 쓰였는데 돌려받은 적이 있느냐"고 질의헀다. 김 이사장은 "아직 정부로부터 비용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고 의원은 "국민들이 낸 연기금을 정부에서 빼먹은 것인데 단순히 노력하겠다는 말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김 이사장은 물론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과도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서 받아야 할 구상금이 20억원이 넘는데도, 이들 중 한 기업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자료도 공개됐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한 유족·장애인연금과 관련해 10곳의 기업으로부터 23억500만원의 구상금을 아직 받지 못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라 발생한 장애·유족연금에 대해 연금을 우선 지급하고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7월 기준 관련 기업 중 현재 700억원 규모의 옥시레킷벤키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기업에 정부가 (국책 사업 참여 등에) 패널티를 주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투자가 (그나마) 700억원대로 축소됐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아무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도 국민 시각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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