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 대디’의 길냥이 성장일기…‘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이미지로 여는 책]
이용한 글·사진 | 이야기장수 | 392쪽 | 1만9800원
길고양이는 보통 3년쯤 살다 죽는다. 영역 싸움에 실패하거나 병에 걸리면 더 짧게 산다. 고양이의 수명이 원래 짧은 것은 아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은 20년 이상씩 살기도 한다. 하지만 길에서는 배고플 때 밥 먹고, 목마를 때 물 마시고, 졸릴 때 마음 놓고 잘 수 없다. 길고양이들은 아주 짧은 생을, 긴장 속에 살다 간다.
시인 이용한은 2007년 겨울, 집 앞 버려진 소파에 사는 고양이 가족을 만난 뒤 ‘캣대디’가 된다.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는 저자가 지난 17년간 만난 고양이들 중 1년 이상 본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을 엮은 책이다. 감상적인 에세이집이라기보다는 길에서 아무의 관심도 받지 않고 태어났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나가는 용감하고 멋진 고양이들에 대한 기록집에 가깝다.
책에는 고양이 40마리의 새끼 때 사진과 1년 후 사진이 실려 있다. 왼쪽 페이지에서 잔뜩 주눅 든 얼굴로 쪼그려 앉아 있던 작은 고양이들은, 오른쪽 페이지에서는 세상 도도한 눈빛을 하고 카메라를 쏘아보고 있다.
에피소드마다 이 고양이가 어떤 놀이를 좋아했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 기록돼 있다. 보통 고양이들은 어릴 땐 깃털 하나만 가지고도 하루 종일 놀지만, 조금만 커도 놀이보다는 가만히 앉아 햇볕을 쬐는 편을 택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저자의 처가인 다래나무집에서 살았던 고등어 고양이 ‘보리’는 달랐다. 성묘가 된 뒤에도 아기 고양이들과의 놀이를 즐겼다. 보리는 저자가 흔들어주던 장난감 낚싯대의 줄이 끊겨 놀이가 중단되자, 스스로 나뭇가지를 낚싯대 삼아 다른 고양이들과 논다. 마치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하는 것처럼.
책에는 저자가 산골로 이사한 뒤 만난 ‘마당냥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마당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중간, 혹은 길고양이와 조금 더 가까운 상태다. 고양이를 차량 등 위험 요소가 많은 마당에서 키우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하지만, 저자가 사는 곳은 인간보다는 고라니를 마주칠 확률이 더 높을 정도로 자연에 가깝다. 이곳에서는 고양이를 ‘키운다’기보다는 ‘함께 잘 지낸다’는 표현이 더 맞아 보인다.
저자는 캣대디가 된 뒤 1년쯤 지났을 때 집 근처에서 또 다른 고양이 가족을 만난다. 그중 가장 아파 보이는 새끼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17년 전 어떤 고양이 가족과의 우연한 만남이, 이렇게 많은 다정한 기록들로 이어졌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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