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왜 리즈 팬은 버킷을 들고 우루과이로 날아갔나..."비엘사, 그때처럼 여기 앉아 주세요"

오광춘 기자 2023. 10. 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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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우리 말로 하면 양동이 같은 것이라 해야 할까요. 그 거 하나를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영국에서 우루과이까지 1만 1000km를 넘게 날아간 사람이 있습니다. 뜬금없죠. 잉글랜드 리즈 유나이티드의 팬이 그렇습니다.
잉글랜드 리즈 팬이 박스 하나를 들고 영국을 떠나 우루과이로 날아갔습니다. 비엘사 감독에게 주기 위한 버킷입니다. (사진=트위터 Newell's Old Boys)

비엘사 찾아 1만1000km 날아갔다...왜?


이 축구 팬이 찾아간 이는 지금 우루과이 대표팀을 이끄는 마르셀로 비엘사(68) 감독입니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리즈의 사령탑이었죠. 비엘사 감독을 잊지 못한 한 리즈 팬의 축구 여행일까요.
비엘사 감독의 경기 중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루과이 감독을 맡고서도 터치라인 부근에서 쪼그린 채 그라운드를 주시합니다. (사진=AP연합뉴스)

보잘것없는 양동이 모양 '버킷'에 왜 꽂혔나


이 팬이 품고 간 양동이 모양의 자그마한 물건에 리즈 팬들이 감성이 담겨 있습니다. 리즈와 함께 한 그 시절 추억처럼.

2021년 11월 토트넘전에서 손흥민과 콘테 감독이 주고받는 대화를 지켜보는 비엘사 감독. (사진=EPA연합뉴스)

소박하게 물통에 앉아 담담하게 응시...비엘사의 상징


비엘사는 경기 중 벤치 앞 아이스박스에 앉아서 손을 턱에 괴고 그라운드 어딘가를 응시하곤 했죠. 편안한 벤치에 앉지 않고 굳이 테크니컬지역 보잘것없는 박스에 앉아서 축구를 봤는지 그 해석도 다양했습니다.

비엘사의 시그니처 포즈입니다. 양동이 모양의 박스 같은 것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곤 했습니다. (사진=리즈유나이티드 인스타그램)
과거 마르세유 감독 시절 벤치가 그라운드보다 한참 낮아서 경기를 제대로 보기 힘들었던 터라 박스에 앉아서 봤던 게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 리즈 시절 집에서 경기장까지 6km 정도를 걸어 다니다 보니 힘들어서 뭔가에 앉아야 했다는 농담까지. 이유가 어떻든 팬들은 그걸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순여덟, 비엘사는 지난 5월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비엘사 잊지 못하는 리즈 팬들에겐 '애착'의 징표


소박하게 물통 박스 같은 곳에 앉아서 골똘히 사색하며 축구의 묘수를 찾아내는 과정이 결국은 리즈의 화양연화를 만들어냈다고 믿으니까요. 실제로 보잘것없는 그 박스는 비엘사의 상징처럼 여겨져 한동안 리즈의 팬숍에서 판매되고 또 매진되는 진풍경을 낳았습니다.
비엘사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는 최근 브라질을 꺾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비엘사볼'은 과정이 결과를 견인하는 '낭만 축구'


리즈는 지금은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돼 다시 일어설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5위, 출발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2019~2020시즌 비엘사와 한 꿈같은 동행을 잊지 못합니다. 챔피언십을 우승하며 16년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으니까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스타일은 한결같았습니다. 강하지 않은 팀이었지만 강한 상대를 만나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과감히 맞서는 축구, 그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리즈 팬들은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비엘사볼'이라 부르며. 비엘사는 그냥 얻어낸 결과보다는 과정이 이끌어내는 결과를 지향했던 축구 낭만주의자였으니까요.
우루과이가 브라질을 이긴 건 22년 만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챔피언십(2부) 강등됐지만...리즈의 꿈 이뤄질까


리즈 팬들은 그 추억을 반추하며 언젠가 찾아올 또 한 번의 꿈 같은 시간을 기다리는지 모릅니다. 그 감성이 비엘사에게, 비엘사가 앉았던 보잘것없는 버킷에 꽂히며.
우루과이는 비엘사와 만나 뭔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비엘사가 바꾼 우루과이...브라질 22년만에 꺾어


비엘사는 지난 5월 우루과이 대표팀과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을 2대0으로 잡았습니다. 네이마르의 부상으로 기억되는 그 경기입니다. 우루과이가 브라질을 꺾은 건 22년 만이었습니다. 역사적인 승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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