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도 없는데’ 손흥민,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영국 매체가 분석한 손흥민

김환 기자 2023. 10. 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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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환]


영국 ‘스카이 스포츠’가 이번 시즌 들어 바뀐 손흥민의 역할과 활약을 조명했다.


해리 케인이 지난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케인의 이적이 토트넘 훗스퍼와 손흥민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케인은 토트넘을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이자 토트넘의 주 득점원이었고, 손흥민과 좋은 파트너십을 선보이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선수였다. 수 년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핵심 스트라이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PL)에서 가장 치명적인 듀오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도록 도와준 선수가 떠난 팀과 선수가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나올 만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토트넘과 손흥민은 이번 시즌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격적인 스타일의 전술로 확 달라진 토트넘은 PL 개막 이후 8경기에서 무패행진을 달리며 리그 1위에 위치해 있고, 손흥민은 8경기에 모두 출전해 6골을 터트려 엘링 홀란드에 이어 득점 2위를 유지 중이다.


그동안 토트넘은 좋은 경기력을 앞세워 라이벌인 아스널과 비기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다른 빅클럽들에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9월에 열린 4경기에 모두 출전해 한 달 동안 6골을 뽑아내 9월 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케인 없어도 잘한다, 손흥민의 활약]


케인이 없어도 손흥민은 손흥민이었다. 오히려 케인이 없는 이번 시즌 날개를 더 활짝 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은 개막전이었던 브렌트포드와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지만, 동점골로 이어지는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등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스트라이커가 아닌 기존 자신의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로 출전해 연계에 집중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는 못하다 75분경 이반 페리시치와 교체되어 나갔다.


이어진 맨유전에서도 손흥민은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브렌트포드전과 마찬가지로 연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지만, 브렌트포드전과 달리 손흥민의 연계 능력은 토트넘의 승리 속에서 빛났다. 손흥민은 2선에 위치한 제임스 메디슨, 데얀 쿨루셉스키와 함께 준수한 연계 능력을 보여줬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 기준으로 손흥민은 네 차례의 기회를 만들어내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3라운드 본머스전에서도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맨유전처럼 연계와 기회 창출 등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에 집중한 손흥민은 이날 기회 창출 3회, 드리블 성공 2회(3회 시도), 경합 성공 4회(6회 시도) 등을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의 득점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건 4라운드 번리전이다.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던 히샬리송이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을 대신해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선택을 내렸다.


이날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은 전반 16분 선제골로 자신의 시즌 마수걸이 골을 기록했고, 후반 18분 두 번째 골에 이어 후반 22분 세 번째 골까지 만들어내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스트라이커 손흥민’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시작한 경기가 바로 번리전이었다.


번리전 해트트릭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신임을 산 손흥민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도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 아쉽게도 손흥민은 2경기 연속골을 뽑아내지 못한 채 후반전 히샬리송과 교체됐지만, 손흥민을 대신해 투입된 히샬리송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에 짜릿한 역전승을 안겼다.


한 경기 침묵한 손흥민은 라이벌전이었던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다시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이 0-1로 끌려가던 전반 42분 메디슨의 패스를 감각적인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고, 1-2로 다시 리드를 내준 상황이었던 후반 10분경 마찬가지로 메디슨의 패스를 받아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이날 활약으로 30년 만에 아스널 원정에서 멀티골을 터트린 토트넘 선수가 됐다.


손흥민의 득점포는 이어진 리버풀전에서도 불을 뿜었다. 아스널전에서 후반전에 교체돼 체력을 안배한 손흥민은 리버풀전에 선발로 출전해 전반 36분 히샬리송의 패스를 선제골로 만들어냈다. 다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탓에 손흥민은 비교적 이른 시간인 후반 24분경 마노르 솔로몬과 교체되어 나갔다. 손흥민은 교체 이후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9월에만 6골. 이런 활약에 힘입어 손흥민은 9월 프리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모하메드 살라, 키어런 트리피어, 올리 왓킨스, 페드로 네투라는 쟁쟁한 후보들이 손흥민과 함께했지만, 한 달 동안 6골이나 터트린 손흥민의 활약을 넘어설 만한 선수는 없었다. 손흥민의 이달의 선수상 수상은 공식 발표에 앞서 내용이 유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진=PL

[스카이 스포츠의 분석]


‘스카이 스포츠’의 아담 베이트는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 떠난 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 뛰고 있다. 손흥민은 9월 P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고, 케인이 떠난 뒤 새로운 역할에서 활약하는 중이다”라며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받은 새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스카이 스포츠’는 손흥민의 활약을 두고 “손흥민은 토트넘을 둘러싼 불안에 휩싸인 선수 중 하나처럼 보였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회복이 필요해 보였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뒤 컨디션이 좋아졌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PL에서 6골을 넣은 것은 4월이 다 된 시점이었다”라며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이번 시즌부터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이어 매체는 “이는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손흥민의 팀 내 역할도 남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케인의 이적은 손흥민의 커리어 적절한 순간에 이뤄졌다. 손흥민은 31세의 나이에 토트넘 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스카이 스포츠

‘스카이 스포츠’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의 페널티 박스 안 터치는 10% 미만이었지만, 이번 시즌 들어 2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 기록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토트넘 입단 2년차였던 2016-17시즌(13.5%)다.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손흥민이 터트린 6골은 모두 박스 안에서 나왔다. 이는 포지션 변화가 잘 먹혔다는 예시다. 이번 시즌 득점 경쟁에서 유일하게 홀란드만이 손흥민을 넘어섰다. 9월 초 이후 손흥민보다 더 많은 득점을 터트린 선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케인보다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 더 잘 맞는 스트라이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매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의 스트라이커가 뒤로 뛰어 들어가며 센터백을 묶는 걸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미롭게도 손흥민은 이 시스템에서 케인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손흥민은 팀의 플레이메이커인 메디슨에게 공간을 확보해줄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물론 케인은 깊은 위치까지 내려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손흥민이 홀란드, 니코 잭슨, 올리 왓킨스, 도미닉 솔란케에 이어 상대 수비 뒷공간에 도전하는 득점 부문에서 5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손흥민이 진정한 공격수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라고 추가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스트라이커로 출전할 때 약간 밑으로 내려와 2선 자원들과 함께 연계 플레이를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자신의 장점인 공간 침투를 살려 상대 수비수를 끌고 들어가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손흥민의 이런 플레이는 자연스레 2선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새로 합류한 메디슨이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손흥민의 압박 능력과 수비 가담 능력에도 주목했다. ‘스카이 스포츠’는 “손흥민의 운동능력은 여전히 놀라운 수준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현재까지 PL의 다른 어떤 선수보다 수비수를 압박하기 위해 더 많은 거리를 커버했다”라며 기록을 공개했다.


사진=스카이 스포츠

매체가 공개한 기록을 살펴보면 압박 상황에서 스프린트를 한 거리가 가장 많은 선수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무려 1,314미터를 뛰었다. 2위는 리버풀의 도미니크 소보슬러이(1,309미터), 3위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앤서니 고든(1,293미터), 4위는 아스널의 마르틴 외데가르드(1,191미터), 5위는 토트넘 동료인 데얀 쿨루셉스키(951미터)다.


마지막으로 ‘스카이 스포츠’는 “무엇이 팀에 가장 좋은지에 대한 질문은 현재 토트넘에서 흥미로운 주제다.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을 잃은 것이 토트넘에 유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건 여전히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토트넘은 여전히 골을 넣고, 주변 동료들을 위해 공간을 만들어주는 헌신적인 공격수(손흥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감독의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에 완벽히 들어맞는다”라며 손흥민을 칭찬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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