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저격' 대신 민생에 집중…與, 혁신위 띄우고 '환골탈태'

[the300 디브리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10.18/뉴스1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2기 체제에서 대야 전략을 비롯한 당 운영 기조에 일대 변화를 추진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중심으로 여론전을 펼쳤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민생 중심의 정책 행보에 집중해 집권여당으로서 존재감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0일 "당 내부에서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지지율에 큰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며 "이에 따라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주기 위한 아이디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도와 방식 면에서 확 바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저격성 메시지를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당대표실 관계자는 "앞으로 김 대표가 직접 이 대표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것은 압도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실제로 비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변인이나 개별 의원들이 대응하고, 김 대표는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민생' 관련 메시지들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의 단식과 입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이 대표의 명분 없는 단식을 비판하는 등 전면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다음주 이 대표의 당무 복귀와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는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다시 논란이 된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가족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서도 특별한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게 당 대표실의 입장이다.

앞서 발표한 정쟁성 현수막 철거 작업과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언급한 전국의 현수막을 전날부터 모두 철거하고 민생 관련 내용을 담은 현수막으로 교체 중이다. 다음 주부터는 김예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민생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동시다발적으로 운영돼온 대야 공세용 태스크포스(TF)도 대폭 통폐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여당은 포털 TF, 대선공작 게이트 TF,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등을 운영 중이다.

당의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23일까지 인선이 예정된 혁신위부터 최대한 빠르게 구성한다는 목표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위원장 후보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데 답변이 오면 주말이라도 최고위원회를 구성해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구성 후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는 방침인 만큼 쇄신을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 과정도 더욱 빠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에는 지난 보궐선거 과정에서 야당에서 주장했던 '정권 심판론'이 유효했다는 당 내부의 인정과 반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다소 수직적으로 비쳐지는 당정관계를 개선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여당은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쇄신안으로 3대 혁신 방향, 6대 실천과제를 내놓은 바 있다. 3대 혁신 방향은 △국정운영 비전 목표 서민 친화형 강화 △민심 부합형 인물 내세운 후보 경쟁력 우위 선점 △도덕성 및 책임성 강화 등이다. 6대 실천 과제는 △당 혁신 기구 출범 △총선 준비기구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구성 △당·정부·대통령실 관계 건강화 △당내 소통 강화 △신임 당직자 임명 등이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