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판사 맘대로 용서하나"...`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국가가 가해자"

박양수 2023. 10.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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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부산고법 등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
"20년 뒤 죽을 각오로 피해자 대변 중"
"가해자 1심 판결후 '다음번엔 꼭 죽여버리겠다' 얘기"
"혼자 감담하면 끝날 피해, 가족까지 이어질까 공포"
여야, 부산고법원장 '발언·태도' 질타도
A 씨가 피해자를 폭행한 뒤 기절시켜 데려가는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 장면. 경찰청 제공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관련 질의를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에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뒤에서 무차별 폭행해 징역 20년을 확정받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보복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 이씨는 교도소 동기들에게 "여섯대밖에 안 찼는데 발 한 대에 12년이나 받았다. 공론화 안 됐으면 3년 정도 받을 사건인데 XXX 때문에 12년이나 받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그냥 죽여버릴 걸 그랬다", "미어캣 X이 재판 때마다 참석해서 질질 짜면서 XX을 떨고 있다", "얼굴 볼 때마다 때려죽이고 싶다" 등의 발언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들은 이 씨가 항소심 재판부에 반성문과 탄원서를 내던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형을 줄이기 위해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실제로는 반성 대신 보복성 발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정 당국은 최근 보복 협박과 모욕 혐의로 이씨를 검찰에 송치, 검찰은 해당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해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가해자가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가해자의 반성이 인정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맘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다."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성폭할 목적으로 뒤에서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사건 이후 가해자 보복에 대한 공포심과 가해자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 등을 또다시 간절하게 호소했다.

피해자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1심 판결 후 가해자가 '다음번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했다. 혼자서 이 피해를 감당하면 끝났을 일을 괜히 가족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1심 법원이 반성문 제출 등을 형량 감경 사유로 인정한 점도 꼬집었다.

그는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이 가해자의 반성이 인정되는지를 전혀 인정할 수가 없었다"며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반성, 인정, 불우한 환경이 도대체 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국감장을 떠나면서 "20년 뒤 죽을 각오로 열심히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며 "제 사건을 계기로 많은 범죄 피해자를 구제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사건 가해자는 1심에서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선 검찰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이 판결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여야 의원들은 형사소송 재판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피해자가 공판 기록 열람을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된 것이 피해자를 '보복범죄' 공포에 떨게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 자리에 나와 준 데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피해자를 위로했다.

전 의원은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되는데 법원이 법률상 감경을 했다"고 지적한 뒤, 이를 '기계적 감경'이라며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공판 기록) 열람 등사는 재판을 받을 권리"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피해자에게 공판 기록을 주지 않아서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노출됐고, 보복범죄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점을 반성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관할 고등법원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며 "(참고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고법원장은 이 발언과 이후 보인 태도로 거듭 질타를 받았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안타깝다는 표현이 말이 되는가"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김 법원장은 형사소송 절차를 언급하며,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을 향해야 한다"며 해명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법원장이 웃음을 보이자 조 의원은 "이게 웃을 일인가. 부산에서 당신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몰라도, 그 태도가 뭔가. 인간이라면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호통쳤다.

부산고검 등에 대한 국감에선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초동 수사 부실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최경규 부산고검장은 "1심에서 감정이 (피해자의) 의복 외부에서 이뤄졌고,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의복 안쪽에서 (가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됐다"며 "처음에 (수사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아쉬움이 보여진다"고 답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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