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없앤다더니···"여야, 또 선거구 획정 밥그릇 싸움"[총선D-6개월, 이제는 민심의 시간]
정개특위 제자리···제도 개편 올스톱
7월 출범한 2+2협의체도 가동 중단
선거구 획정 마감 기한 일주일 넘겨
초선 노리는 정치신인도 혼란 가중
위성정당 재출현시 여야 모두 역풍 중>
“(2020년 4월 15일 총선을 비롯해) 지난번과 지지난번 총선 때도 여야가 선거구 갖고 장난을 치더니 이번 총선에도 또 그 짓을 하려나 보네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20여 년째 거주 중인 자영업자 김형노(42·가명) 씨는 내년 4·10 총선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분통을 터뜨린다. 기흥구 인구가 이미 30만 명을 초과한 지 10여 년이 넘어 선거구 개편 대상에 오른 지 오래지만 10여 년이 지나도록 선거구 분구 등의 개편을 놓고 여야가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졸속으로 처리해 지역 이해가 제대로 반영된 국회의원을 뽑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 때도 선거구가 투표일을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 누더기로 확정돼 기흥구 주민을 비롯한 선거구 개편 대상 지역 유권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김 씨는 “어떤 동네는 10만 명을 겨우 넘어도 별도 지역구로 분구된 지 오래인데 왜 기흥구는 여야가 자기들 마음대로 (지역구를) 여기 붙였다, 저기 붙였다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지역에 주변 반도체 공장 증설로 도시화가 빨라지고 있어서 주변 농촌 지역과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다른데 지역구가 제대로 편제되지 않아 여야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공약만 쏟아내왔다”고 지적했다.
김 씨의 지적은 기우를 넘어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의 근간이 되는 선거제 개편이 국회에서 진전 없이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이미 선거구 획정이 법정 기한을 넘긴 상태에서 논의 재개 시점도 불분명해지자 지난 총선에서 논란이 된 ‘꼼수 위성정당’ 문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예비 주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2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선거제 개편에 대한 여야 공식 논의는 일시 정지 상태다. 여야는 올해 3월 선거제 개편 결의안을 의결한 데 이어 4월 전원위원회를 열고 토론을 이어갔지만 지금까지도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의석수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달 12일이던 선거구 획정 마감 기한도 이미 일주일 넘게 지났다. 당초 법정 선거구 획정 기한은 올 3월 10일이었지만 중앙선관위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이후 정개특위에 “10월 12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특별한 진전 없이 넘긴 것이다.
여야가 선거제 개편을 위해 올 7월 출범한 ‘2+2 협의체(여야 원내수석부대표·정개특위 간사)’도 사실상 가동 중단됐다. 정개특위 야당 관계자는 “지금은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기간이 끝나야 선거제 개편 협의를 어떻게 할지 논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개특위의 공식 활동 기간은 이달 말까지인데 사실상 이 시한을 지키기 어렵다. 여야는 다음 달 국회 본회의 때 이 시한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하는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활동 기간이 늘어난다 해도 지금처럼 여야가 주요 쟁점에 대한 기존 입장만 고수한다면 총선 직전까지 합의된 개편안을 도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야는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문제부터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식까지 전혀 다른 견해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대표’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준연동제를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개특위 여당 관계자는 “여야가 사실상 소선거구제에만 합의한 채 나머지는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거구획정위에 따르면 인구 초과 혹은 미달을 이유로 합구나 분구 등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는 31곳에 달한다. 서울 강동갑과 부산 동래구, 경기 고양·수원·평택·화성 등은 선거구 인구 상한을 초과해 분구 가능성이 있으며 서울 종로구, 부산 남구 등 지역은 인구 기준 미달로 합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당장 올 12월 예비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출마를 계획하는 후보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여당 측의 한 당협위원장은 “인구 상·하한 기준에 맞지 않는 지역은 모두 흩어지거나 합쳐져 출마를 처음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다”며 “지역구가 합쳐지는 곳과 같은 경우 같은 당 현역 의원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역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에 대한 정보를 선거 직전에야 알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여야가 선거제 개편에 실패해 내년 총선에서도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된다면 위성정당 출현의 폐해도 우려된다. 현재 위성정당 방지에는 소수 정당이 더 적극적으로 임하는 상황이다. 여야 협상 결렬로 위성정당이 재등장한다면 국회를 주도하는 양당 모두 민심의 역풍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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