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도 심의한다던 방심위... '제도권 언론' 빼고?

김고은 기자 2023. 10. 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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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위원장, 인터넷신문협회 등과 잇따라 간담회
인신협 "이중·중복규제" 우려 전달

인터넷 언론사 기사까지 심의대상을 확대하겠다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이른바 “제도권 언론”에 대해선 자율규제를 우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은 지난 19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와의 간담회에서 인터넷신문 심의의 위법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류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조선일보 등 종이신문의 인터넷 보도는 심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 야당 의원들로부터 “자의적” “권력 남용”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1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0층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의실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희림 위원장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실무협의체 구성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

19일 방심위와 인신협의 간담회는 방심위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인신협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강한 인터넷신문 환경 조성을 위해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허위조작콘텐트 근절 및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인신협은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협회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인신협은 먼저 “방심위의 인터넷신문 심의는 현행 법체계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인신협은 “신문법에 명시된 인터넷신문은 언론중재법을 따르게 되어 있고 정보통신망법으로 신문을 심의한 전례가 없다”며 “이미 언론중재법을 따르고 있는 인터넷신문을 방심위가 심의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를 넘어서는 이중규제·중복규제”라고 밝혔다.

이어 “방심위의 인터넷신문 심의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따라온 인터넷신문은 중복규제로 인한 혼선을 피할 수 없으며 이에 따른 보도의 위축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특히 “포털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기사에 ‘심의 중’ 딱지를 붙이는 정책은 언론 기사에 대한 악의적 민원을 유도하여 정상적으로 취재된 기사의 신뢰성마저 심각하게 떨어뜨릴 위험성이 높다”며 “포털에 입점해 있는 기성 언론들은 보도의 제약을 크게 받는 가운데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이비언론들만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신협은 그러면서 자율규제 강화와 이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을 강조했다. 인신협은 “정부와 행정기구가 언론 심의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언론들이 주도적으로 건전한 언론 환경을 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며 “그동안 인터넷신문 생태계는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와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두 축으로 자율규제가 작동해 왔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가 언론 자율 심의기구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재정비하고 인터넷신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털에 ‘심의 중’ 딱지, 악성 민원 유도 우려

또한 “협회 회원사가 중심이 되어 자율규제에 적극 참여하고 교육 및 훈련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며 “이를 위해 정부 및 방송통신위원회, 언론진흥재단 등은 협회가 윤리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은 “방통심의위가 인터넷신문이 생산하는 모든 콘텐트를 심의하는 것처럼 오해되는 측면이 있는데, 협회 등에 소속된 제도권 언론은 자율규제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류 위원장은 “심의대상은 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심대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명백한 허위조작콘텐트 등으로 극히 제한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심의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제도권 언론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최대한 우선하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고 인신협은 전했다.

방심위가 20일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와 차담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러나 ‘제도권 언론’에 대한 정의와 범주가 모호해 이 또한 ‘자의적’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 척결’을 내세운 방심위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문제 삼아 중징계를 확정했거나 예고한 방송 12건은 모두 ‘제도권 언론’인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이며, ‘인터넷 언론 심의 1호’ 대상으로 삼은 뉴스타파 또한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에 회원사로 가입해 있고 포털제평위 심사를 거쳐 네이버 등에 콘텐츠제휴(CP)사로 입점한 ‘제도권 언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방심위도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인신협 등과의 간담회 소식을 전했는데, 인터넷신문 심의의 위법성 지적 등에 대한 언급은 없이 “‘가짜뉴스’[허위조작뉴스(정보)]에 대한 우려와 영향력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자율정화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방심위는 20일엔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와 차담회를 갖고 “건강한 인터넷신문 환경 조성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기관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세부적인 협조사항 논의를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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