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제3 전선'도 살얼음판…서안지구·레바논도 사망자 증가
서안지구서도 '무장투쟁 지지' 여론 강세로 일촉즉발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앞둔 가운데 북부 레바논 접경 지역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이하 서안지구)에서도 충돌이 거세지면서 인명피해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서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제2 전선', 또 서안지구의 '제3 전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조너선 콘리커스 중령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2개 방면, 또는 3개 방면 전쟁으로 에워싸려" 하고 있다며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레바논 국경서도 사망자 속출…이스라엘군, 전쟁 태세 박차
AFP·로이터 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마나라 마을에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군이 포격으로 반격했다.
헤즈볼라는 전날 오후 최소한 로켓 20발을 이스라엘 측에 발사했고 이스라엘군도 신속히 포격으로 보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1명이 숨졌다고 레바논 군경 관련 소식통과 유엔 평화유지군이 전했다.
레바논군에 따르면 또 양측이 공격을 주고받은 곳 인근에서 기자 1명이 이스라엘군 포격에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관측소 등 인프라에 다수의 공격을 실시했다"며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이스라엘군을 향해 대전차 미사일을 쏘려던 테러리스트 3명을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진 헤즈볼라 무장대원은 13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국경 인근 도시인 키리야트 시모나에 대피령을 통보하는 등 레바논과 국경에서 2㎞ 이내 지역의 주민들을 계속 피난시키고 있다.
또 다수의 예비역 병력과 전차(탱크) 등 기갑차량들을 이 지역에 배치,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 악화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앞둔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와 충돌이 본격적인 전쟁으로 비화하면 전력을 분산해야 할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레바논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영국·독일은 현지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레바논에서 출국할 것을 당부했다고 FT가 전했다.
주베이루트 미국 대사관은 민항편이 현재는 탑승 가능하다면서 "레바논 내 미국 시민들은 출국하기 위해 적절한 준비를 해주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영국 대사관도 현지의 영국인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상황이 아무 경고 없이 신속히 악화할 수 있다"며 민항편을 탈 수 있을 때 레바논을 떠나야 한다고 통보했으며, 독일 대사관도 "모든 독일인은 지금 레바논을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안지구도 '무장투쟁' 지지여론 확산…일촉즉발
하마스의 라이벌 정파인 파타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다스리는 서안지구에서도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지금까지 70명 이상이 이스라엘 측에 의해 숨졌고 800여명이 체포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에 따라 파타의 본거지이자 PA의 행정수도 소재지인 서안지구 중심 도시 라말라에서도 이스라엘 규탄 시위대가 하마스 산하 무장단체를 찬양하는 구호를 외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는 등 무장투쟁에 대한 대중적 지지세가 커지고 있다.
시위대의 한 20세 청년은 "사람들에게 무기를 줘서 (이스라엘군과) 충돌하게 해달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 파타 관리도 "우리는 (사람들의) 고삐를 풀어주고 (이스라엘) 점령과 싸우기 위해 무슨 수단이든 써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팔레스타인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무장단체들에 대한 지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빈에 시달리는 난민촌 청년 등의 무장투쟁 지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쟁 발발 이전에도 서안지구에서는 작년 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연정의 집권 이후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행위가 늘면서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됐다.
그 결과 연초부터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직전까지 이 지역에서 상대방에 의한 사망자 수가 팔레스타인인은 220명 이상, 이스라엘은 최소한 29명에 이르는 것으로 유엔은 집계했다. 이는 유엔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역대 최악 수준이다.
팔레스타인 정치 분석가인 하디 알 마스리는 "PA는 평화를 지키고 싶어 한다"며 "시위대가 수천 명에서 금세 수십만 명으로 불어날 수 있어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88세의 고령인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이 통제력을 잃거나 몸이 불편해지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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