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빼준다면야”...미국·영국 ‘짝퉁’ 위고비와 전쟁中
영국 당국, 독일 도매상에서 유출된 제품 적발
포장에 오타 있거나 주사기 모양도 달라
주성분 배합한 모조품도 등장...비슷한 효과 내지만 부작용 우려
위고비 오젬픽, 국내 허가 받았지만 출시는 요원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성분의 비만 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 이른바 ‘짝퉁’ 제품이 범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제약사의 제조 역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블랙마켓(암시장)’이 생긴 것이다.
온라인 등에서 팔리는 비품과 모조품은 진품과 비슷한 체중감량 효과를 낸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암시장은 커지는 모양새다.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진 마운자로는 비만치료제로 허가가 나기 전인데도 모조품이 시장에 나왔다.
◇ 英, 독일 도매상에서 유출된 위고비 적발
19일(현지시각) 미국의 바이오전문지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영국의약품규제기관(MHRA)은 이날 영국 현지 도매업체 2곳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으로 허위 라벨이 붙은 주사제를 확인했다. 오젬픽은 GLP-1 성분의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의 당뇨병 치료제 명칭이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허위 라벨 주사제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도매상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 정품 포장이었지만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친 제품을 아니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당국은 포장 문구에 오타가 있는 등 비매품들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오젬픽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조합한 주사제를 무단으로 만들어 내다 판 미국 의약품 도매상 4곳을 미연방법원에 고소했다. 노보노디스크 앞서 불법 세마글루타이드 제품을 판매한 비만클리닉, 약국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에서 독자 개발한 합성물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자극하는 GLP-1 호르몬 유사 펩타이드 성분 약물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낮추고, 위가 음식물을 천천히 소화하도록 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복제품은 세마글루타이드 나트륨과 세마글루타이드 아세테이트 염을 결합해 위고비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美, 위고비 성분 빼낸 짝퉁 주사제 유통
일라이 릴리는 지난달 자사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를 무단 복제한 주사제를 제조 마케팅하고 있다고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제약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제약사는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퍼티드를 함유한 ‘유사 마운자로’를 제품을 팔고 있다고 광고하다 적발됐다고 한다.
마운자로는 GLP-1 당뇨 치료제로 위고비와 비교해 더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는 주사제로 유명하다. 최근 임상에서 6개월 동안 최대 29㎏의 체중 감량 효과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아직 비만 치료제로는 미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정식 허가는 나지 않은 상태다.
릴리가 소송을 제기한 제약사들은 복제한 마운자로를 체중감량용으로 홍보하고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비슷한 시기, 세마글루티드와 티르제파티드를 온라인으로 판매한 제약 유통 업체를 적발해 판매 중단 경고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FDA는 이 같은 무허가 세마글루타이드 혼합물을 몸에 주사했다가는 얘기치 못할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영미권 수요 폭발에 국내 출시 요원
의약품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복제품을 만들어 유통하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이런 불법 복제품이 범람하는 것은 그만큼 체중감량 약물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료정보분석업체인 트릴리언트 헬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위고비와 같은 GLP-1 체중 감량 약물 처방량은 지난 2017년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된 이후 300%가 늘었다.
미국의 대부분의 민간 건강 보험사들이 GLP-1 처방에 급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증가세다. 위고비를 미국에서 보험 급여 없이 처방받으려면 월 900달러(약 110만원)이 든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75% 이상 급등했다. 바클레이스(Barclays)는 글로벌 GLP-1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위고비와 오젬픽은 국내 식약처 허가는 모두 받았지만, 시장 출시 일정은 요원하다. 미국 내 수요가 워낙 크다 보니 한국까지 공급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다만 중국 제약사들은 중국 내 버전의 GLP-1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위고비는 지난 2021년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로 첫 허가를 받았다. 위고비는 미국에서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동시에 적응증을 받은 유일한 약물이다.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인 오젬픽은 당뇨병 치료제로만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위고비와 같은 성분이라는 이유로 허가 외 처방(오프라벨)이 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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