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금감원, 김범수 구속 겨누나···카카오 4만원도 깨져 '신저가'

이충희 기자 2023. 10.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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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안 보이는 카카오
'SM 인수전 지휘' 배재현 구속 이어
카카오 연관 사모펀드도 집중 조사
金 유죄땐 카뱅 대주주 자격 '흔들'
먹통 사태·경영진 먹튀 등 논란
잇단 악재에 계열사 주가도 급락
[서울경제]

올 초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인수 경쟁에서 촉발된 카카오(035720) 측의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칼끝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카카오를 둘러싼 수사가 최고위층으로 향하자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드리우며 카카오와 계열사 주가는 급락세를 연출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323410)의 대주주 자격도 위협받게 됐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엿새 연속 하락하며 3만 9050원(-3.58%)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처음 4만 원이 깨지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377300)(-5.02%)와 카카오뱅크(-5.01%), 카카오게임즈(293490)(-0.21%) 등 카카오그룹 내 모든 상장사도 동반 급락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김 센터장의 구속까지 겨누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카카오 경영진 대부분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올해 8월 김 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으며 이달 23일에는 직접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김 센터장의 심복인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가 19일 구속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특사경의 수사는 올 2월 카카오와 하이브(352820)의 SM엔터 인수 경쟁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이 발단이 됐다. 하이브는 2월 10일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 지분 14.80%를 주당 12만 원에 인수하고 이날부터 3월 1일까지 같은 가격에 지분 25%를 공개 매수하기로 발표했다. 지분 39.8%를 확보해 SM엔터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 진행되던 이때 시장에서 거액의 자금이 SM엔터 지분을 휩쓸어간 영향으로 주가는 12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금감원은 하이브에 앞서 SM엔터 인수를 노렸던 카카오 측이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사전 교감을 나누고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총 2400억 원을 투입했다고 보고 이번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 측이 2월 말 거액을 투입해 SM엔터 지분을 약 4.9%까지 늘린 것을 비롯해 원아시아파트너스도 이 시기 SM엔터 지분을 매입하는 데 동참했다. 이 영향으로 특히 2월 23·28일 양일간 SM엔터 주가가 각각 4.29%, 6.07% 급상승, 공개 매수 전날까지 13만 원에 육박하면서 하이브의 인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트가 3월 7일 주당 15만 원에 공개 매수 ‘맞불’을 놓으며 SM엔터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특사경은 카카오가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올린 것은 물론 5% 이상 지분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카카오와 원아시아를 특수 관계로 볼 수 있는 정황을 다수 확보해 당시 5% 이상 지분을 확보했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는 배 총괄 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김 센터장까지 소환을 통보받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줄곧 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지만 사법 처리 대상이 김 센터장까지 확대되자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김 센터장이나 카카오 등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에도 문제가 불거져 경영권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져왔다. 지난해 10월 15일 판교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큰 불편이 야기돼 질타를 받은 것을 비롯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2021년 11월 말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사임했고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스톡옵션으로 거액을 챙긴 뒤 퇴진해 경영진 ‘먹튀’ 논란까지 촉발시켰다. 지난달에는 카카오의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 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까지 드러나 카카오 노동조합이 배임·횡령 혐의로 재무그룹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카카오는 경기 둔화로 기존 사업의 성장률도 정체돼 증권 업계는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카카오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동기보다 12.4% 줄어든 1316억 원인데 증권사들은 카카오가 이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조 조정 퇴직금 및 인공지능(AI) 투자 등의 영향으로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이 1223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카카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며 “4분기에 공개될 초거대 AI 성능에 대한 의문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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