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회사생활 2회차래"… 삼성의 인사실험
서류·면접심사 통해 사내 이직 … 경험 살려 새 역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근무한 A씨는 오랜 기간 일해 왔던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올해 메모리 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사내 '잡포스팅'을 통해서다. 잡포스팅은 삼성전자가 처음 도입한 사내 재취업 형태의 자발적 인사 이동 시스템을 말한다. A씨는 "현안을 수소문하고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이 마치 이직 과정처럼 치열했다"며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평소 관심 있던 공정 설계 분야에서 자리가 난 데다 향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삼성전자가 경력 25년 차 이상 고참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직무를 변경하는 '시니어 잡포스팅'을 전사적으로 확대했다. 대상자들 만족도가 높고, 60세 정년 연장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는 주니어급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잡포스팅 대상자를 고참 직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잡포스팅은 인사 이동이지만 마치 이직처럼 진행된다. 직무, 사업부 전환이 가능한 제도로 서류, 면접 평가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과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시니어 잡포스팅을 진행 중이다.
삼성의 인사실험
시니어 잡포스팅은 2021년 DS 부문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번에 DX 부문까지 이를 적용하면서 전사적으로 시스템을 확대했다. DS 부문에서 근무하던 B씨는 20년 가까이 집에서 2시간 거리인 사업장에 출근하며 반도체 공정 관리 근무를 해왔다. 출퇴근에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B씨는 사내 잡포스팅 세미나에 참석했다. B씨는 "세미나에서 받은 안내를 바탕으로 잡포스팅에 지원해 집 근처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며 "그 덕분에 삶의 질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시니어 잡포스팅은 오랜 기간 같은 업무로 매너리즘에 빠진 경우, 새로운 조직에서 은퇴 후 길을 모색하고 싶은 경우 등 고민이 많은 고참 부장들에게 '회사 생활 2회 차'의 카드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경험 많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이 필요할 경우 해당 부서장이 공고를 게시해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채용까지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담당 부서에서 네트워크 장비 관리만 25년 넘게 한 부장이 생활가전 담당으로 이동해 냉장고의 품질 관리를 맡을 수 있다. 물론 최종 합격 발표 때까지 비밀유지 계약서를 쓸 정도로 철저한 보안도 지켜준다. 인기가 많은 부서는 경쟁률이 수십 대1을 넘어설 정도다.
당초 이 제도는 주로 10년 차 미만 주니어급 사원을 위해 활용되는 제도였다.
이번 잡포스팅은 지원 가능 대상이 근속 25년 이상의 경험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을 보유한 고참 사원이라는 게 큰 차이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참 관리자가 필요한 부서에서는 좋은 인력을 얻고 직원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6일부터 면접 과정을 거쳐 11월 3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이번 모집 부서는 고객 관리를 담당하는 CS센터, 영상사업부 등 20여 곳이다.
고숙련 인력이 부족한 부서에서 안정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게 됐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멀어지지 않고 자발적으로 본인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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