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민주주의 뒷걸음···팬데믹, 권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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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발발한 이래 인류는 이제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이었던 지난 3년 동안 세계는 필수적이었던 질서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의 미래를 두고 팬데믹 위기는 또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협 요소가 됐다.
혹자는 현대에 들어서 처음 맞이한 전 세계적 위기였기에 시행착오가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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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 3년간
전세계 봉쇄·사회적 거리두기 등
보건안보 앞세워 국가통제 강화
백신접종의 위험성 고지 안하고
감염자 강제격리·휴교휴업 폐쇄
민주사회 뿌리채 흔들리는 부작용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발발한 이래 인류는 이제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간 듯 보인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이었던 지난 3년 동안 세계는 필수적이었던 질서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가운데서 압도적인 성장을 구사한 것은 국가권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락다운 정책을 펼치면서 국가의 힘은 민주주의의 세계화 이후 목격한 적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예외 상태’를 연구해 온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은 국가가 국가권력과 국가의 예외적 상황이 결합된 새로운 보건 종교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생물보안(biosecurity)’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윤리 및 공공정책 센터에서 연구 책임자로 일하며 미국의 의료윤리학자로 명성을 쌓았다. 권위 있는 전문가인 그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가의 대응책에 의문을 제기했고, 그로 인해 하루아침에 의료계 밖으로 쫓겨난다. 백신 의무 접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고지에 의한 동의’라는 기본적인 의료 윤리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묵과할 수 없어서다. 저자는 그러한 과정 중에 데이터를 불투명하게 다루거나 검열 등의 반(反)민주적인 행위도 빈번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고지에 의한 동의는 나치의 인체 실험 등 인류의 잔인한 역사를 거쳐 자리 잡은 권리다. 종전 후에 체결된 1947년 뉘른베르크 강령은 10대 원칙 중 첫 번째 원칙으로 “연구 대상자의 자발적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사람을 대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연구를 시행할 때에는 정확한 정보를 고지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는 백신 의무 접종 과정에서 임상 실험 중인 백신의 위험성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자연 면역의 중요성도 간과하는 등 국가는 일관성 있는 방역 정책을 펼치는 데 실패했다.
민주적인 사회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렸다는 점도 ‘생물보안’이 낳은 뼈 아픈 실책이다. 감염자를 격리하거나 휴교·휴업을 명령하는 행위는 국민의 주권을 필연적으로 침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개 토론이 허용되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이 같은 권위주의 체제가 길게 이어질 수 있었고 악순환이 지속됐다. 일상으로 자리잡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한 실정이다. 저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의학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인 용어”라고 지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금지하는 것은 접촉 차단으로 인한 감염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사회적 행위라는 것이다. 락다운 정책으로 인해서는 시민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파괴됐으며 마약 위기의 고조 등 부수적인 역효과가 따랐다고 분석한다.
앞으로의 미래를 두고 팬데믹 위기는 또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협 요소가 됐다. 혹자는 현대에 들어서 처음 맞이한 전 세계적 위기였기에 시행착오가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 저자가 에필로그 ‘시애틀, 2030’을 통해 가정한 미래 사회는 구체적이고 잘 조직되어 쉽게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음울하다. 언제나 민주주의의 근간은 토론과 합의에서 비롯되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기회는 국민이 만들 수 있다. 2만 8000원.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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