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여전히 세계의 등불"… 글로벌 패권 사수 나섰다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10.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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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대국민 연설하는 바이든 대통령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생일대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유례없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 국민 통합과 외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지만 취임 이후 최저치(37%)에 근접한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고, 600일을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지면서 '중과부적의 위기'에 처했다.

19일 저녁(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TV 생중계로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일관된 메시지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미국 국가안보에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적 변곡점에 있다.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로 무고한 미국인 수십 명이 인질로 잡힌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인질을 구출하겠다는 약속부터 했다. 하마스 테러로 희생된 이스라엘인, 팔레스타인인과 2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도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패키지'로 묶어서 표현했다. 그는 "하마스와 푸틴은 서로 다른 위협이지만 둘 다 이웃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고 나서 미국의 위대함을 역설하며 이른바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여전히 250년 전 약속인 자유, 독립, 자결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등불이며, 필수불가결한 국가"라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내부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우리는 분열을 극복해야 하며, 분열과 편협한 정치적 분노가 위대한 국가로서의 책임을 방해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테러리스트 하마스와 폭군 푸틴이 이기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대한 국가인 미국이 이번 글로벌 위기를 기화로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내부적으로 통합돼야 하며 이를 통해 전 세계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연설 이후 1000억달러에 달하는 국가안보를 위한 패키지 예산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20일) 의회에 우리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해 긴급 안보 예산을 요청할 것"이라며 "이는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투자"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해법에 대해 "두 국가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동등하게 안전하고 존엄하며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1000억달러 예산은 이스라엘 지원에 140억달러, 우크라이나 지원에 600억달러, 긴급한 인도적 지원에 100억달러, 국경 안보 강화 100억달러, 인도·태평양 지역 예산 70억달러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러시아에 북한과 이란의 무기가 공급되는 점을 들어 추가 지원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드론과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에 기대고 있다"며 "나는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연설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을 보호하고, 전 세계에 미국의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국내 정치 분열 극복과 의회 승인을 촉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적 역할 측면에서 두 전쟁을 연결시켰다"고 보도했다.

CNN도 "바이든의 두 번째 황금시간대 연설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전쟁이 그들만의 전쟁이 아닌 미국의 안보문제라는 것을 각인시켰다"며 "이번 연설의 진짜 주제는 전쟁을 하는 두 나라가 아니라 불안정한 정치시대의 미국 그 자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국민 연설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수호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지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및 서안지구에 대한 1억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힌 뒤 "지역의 비상 수요를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 100만명 이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대국민 연설 TV 화면 오른쪽으로 2015년 세상을 떠난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의 사진이 올라와 주목을 끌었다. 사생활 논란에 형사재판까지 앞둔 차남 헌터 바이든에 비해 보 바이든은 군인 출신으로 미국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뇌종양으로 사망하기 전 이라크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은 데 이어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낸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남을 "우리 가족의 롤모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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