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공략"…현대차·기아, 2030년 55만대 판다
전기차 확대·현지모델 특화로
7년 뒤 점유율 20% 돌파 목표
사우디선 현대차 이미 판매2위
반제품조립 공장도 설립 예정
현대차·기아가 연간 230만대 규모의 중동 자동차 시장에서 2030년까지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고, 총 55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기아가 진출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14개국을 아우르는 중동 지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점유율 확대로 보여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성공 방정식을 중동에서도 펼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20일 현대차·기아는 2030년을 전후로 시장 규모가 3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중동에서 현대차가 2032년 35만대, 기아가 2030년 21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가 올해부터 중동에서 연평균 약 6.8%씩 판매를 늘려 2030년께 점유율 20% 고지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작년 중동 전체에서 약 229만대 자동차가 판매됐다. 이 중 현대차는 18만2934대를 판매해 8.0%, 기아는 약 14만1505대를 판매해 6.2%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는 중동 전체에서 현대차·기아 점유율이 3위권 안팎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현대차·기아는 중동에서 28만1097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2% 성장한 수치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중동은 현대차와 기아가 반세기 전부터 진출한 시장으로 대한민국 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곳"이라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자동차 시장이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는 중동에서 지속적으로 성공 신화를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중동 시장 돌파 전략 핵심 키워드는 '전동화'와 '전략 모델 확대'로 요약된다.
우선 현대차는 전기차 제품군 비중을 전체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중동에서 32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전기차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GV60 등 6종으로 약 20%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다양한 차급의 전기차를 투입해 2027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2032년에는 중동 전체 판매 물량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15%까지 채우는 게 목표다. 현지 환경에 특화한 픽업트럭, 소형 다목적차량(MPV) 등 기존에 운영하지 않았던 차급도 대거 투입한다.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블루링크를 출시하며 우수 딜러 육성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기아는 전기차 확대에 집중한다. 올해 4개 전기차 모델을 향후 11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동 고객 선호도를 고려한 전략형 모델을 개발해 대량 판매 모델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 점유율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사우디는 연간 64만대 수준의 자동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여성 운전 합법화 등으로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사우디에서 약 5만2000대를 판매해 약 11만4000대를 판매한 일본 도요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기아는 2만1000대를 판매해 4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는 사우디에서 가격 경쟁력, 세련된 디자인, 차급 대비 넓은 실내 공간, 수준 높은 애프터서비스(AS) 등 강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사우디에서 점검, 정비, 수리 등이 가능한 AS 네트워크를 현지 자동차 기업 중 가장 많이(70개 이상) 갖추고 있다. 중동 첫 현대차·기아 생산 거점도 사우디에 세운다. 현대차는 올해 초 사우디 정부 측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에 반제품조립(CKD)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중동은 성장 잠재력이 높고 나라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는 만큼 시장별로 차별화한 상품 전략과 서비스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전동화 확대 등 중동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중동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입지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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