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2억'…이태원 유족 "딸 버킷리스트"
모은 돈·부의금 합쳐 모교 기부
"꿈꾸고 도전한 딸의 마음이
후배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딸이 생각나는 때요? 생각나지 않는 순간이 없죠. 늘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고(故) 신애진 씨의 유족이 딸의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장학기금 2억원을 기부했다. '모교에 기부하기'는 고인의 버킷리스트였다고 한다. 기부금은 고인이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부의금으로 마련됐다.
기부금 전달식은 19일 고려대 본관 총장실에서 열렸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고 신애진 교우와 부모님의 숭고한 뜻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려대의 모든 구성원이 신 교우의 귀한 마음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장학기금을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2억원은 신 교우가 몸담았던 생명과학부 및 경영대학 MCC 학회의 후배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고인은 생명과학부 17학번으로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했다. 지난해 2월 고려대를 졸업한 후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서울사무소에 취직했다. 부모는 '딸 잘 키웠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수도 없이 들었다. 회사 출근은 그해 9월부터 했고 입사 2개월이 돼 가는 시점에 직장 동료와 함께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스물 다섯의 나이였다. 그 자랑스럽고 어여쁜 딸을 떠나보낸 부모는 오랫동안 말을 잃었다.
부모는 고인의 26번째 생일이었던 이달 14일 딸의 친구 40여 명을 카페를 대여해 초대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과 친구, 동아리 친구까지 모인 이 자리는 고인과의 추억을 하나씩 공유하는 자리였다. 아버지는 평소 딸이 "돈 벌어서 아빠 소원인 박사 공부 시켜드릴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이 자리에서 신씨의 부모는 처음으로 기부 계획을 밝혔다. 친구들이 다 함께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고 한다.
신씨의 아버지 신정섭 씨(53)는 매일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딸의 친구들이 보낸 부의금과 딸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월급을 모아 2억원을 마련했다. 내가 그 돈을 어떻게 쓰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항상 꿈꾸고 도전했던 딸의 마음이 모교와 후배들에게 잘 전달돼 좋은 곳에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담담히 말했다. 모교 기부는 고인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아버지 신씨는 "딸의 일기장을 보니 버킷리스트에 '모교에 기부하기'가 있었다"고 했다.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였던 '아빠 박사 만들기'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 됐지만 모교 기부는 유족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 신씨도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재무학 석사 과정을 밟은 졸업생이다. 그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멘토와 투자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금, 딸이 언제 가장 생각나는지 묻는 말에 신씨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딸이 지난해 2월 취업이 확정되고 9월에 출근할 때까지 같이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그때 찍은 사진첩을 틈틈이 들여다봅니다. 5월 한 달을 스페인에서 보냈는데 제 마음속에 우리 아이는 영원히 그때 찍은 사진 속 환한 미소로 남아 있을 거예요. 단 한순간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죠.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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