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2회 재판’ 이재명, 대장동-백현동 심리 방식 두고 검찰과 신경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세 번째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 17일 같은 재판에 나온 지 사흘만이다. 이 대표가 재판을 받기 위해 주 2회 법원에 출석한 것은 작년 대선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0분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당초 재판이 예정된 오전 10시 30분보다 10분 이른 시간이었다. 사흘 전 재판에선 이 대표가 지각하면서 재판 시작이 16분 지연됐었다. 그때 재판부가 “10여분 정도 먼저 와서 재판 준비를 해달라”고 말했는데, 이 대표가 이를 지킨 것이다.

차에서 내리는 이 대표의 오른손에는 단식 이후 들고 다니던 지팡이가 없었다. 이 대표는 빠른 걸음으로 법원 출입구로 향했다. 취재진이 “이번 주에만 두 번째 재판 출석인데 당무에 지장이 있는 것을 실감하느냐” “(다른 사건과 대장동 재판의) 병합 여부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지난 12일 추가로 기소한 ‘백현동 개발 특혜’ 사건과의 병합 심리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들의 범행 구조는 모두 부동산 개발 비리로, 브로커에 개발 이익을 몰아주는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며 “병합 심리를 진행할 경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용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 대표가 추가 기소된 백현동 개발 비리와 ‘위증 교사(敎唆)’ 사건은 모두 대장동 재판을 맡은 형사33부에 배당돼 있다.

반면, 이 대표 변호인은 “완전히 별개의 사건”이라며 대장동과 백현동 사건을 동시에 심리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 대표 변호인단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기소된 사건의 심리가 이제 시작된 시점에서 사실상 병행 심리를 주장하는 것은 사건의 집중도를 떨어뜨려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백현동·위증 교사 사건을 병합하되 동시가 아니라 한 사건씩 순차적으로 심리돼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추가 배당 사건에 대해서는 신속히 준비 기일을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사건은 모두 이 대표가 피고인인 사건으로 추후 심리를 거쳐 병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찰은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과는 달리 범행 발생 시기, 증거가 겹치지 않는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해선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위증 교사 사건이 대장동 재판과 합쳐질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선고가 지나치게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법정에 앉은 이 대표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가 젖히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옆자리나 뒷자리에 앉은 변호인과 귓속말도 주고받았다. 오후 재판에서 검찰이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개발이익을 환수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잠시 눈썹을 치켜뜨기도 했다.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길어지면서 이날 대장동 재판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