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더 내도 2068년 기금곳간 '텅텅'

재정계산위 최종보고서 입수
연금개혁 24개 시나리오 담겨
소득대체율 45%로 상향하면
보험료율 15%로 올려도 고갈
국민연금 국감 여야 한목소리
"개혁 논의 너무 더뎌" 질타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달 중 발표되는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지지부진한 연금 개혁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정부 개혁안의 밑그림인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안이 포함된 24개 시나리오가 담기면서 개혁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금 개혁이 노후 소득 보장보다 재정 안정성 강화에 집중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가입 기간이 40년을 넘어야 받을 수 있는 명목 소득대체율(40%)이 아닌 실질 소득대체율이 23%밖에 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모호하게 민감한 이슈는 피하고 예상 시나리오를 나열하는 정도의 계획만 작성해서 책임만 회피하는 그런 공단 이사장이 되지 않기를 꼭 바란다"고 꼬집기도 했다. 역대 정부의 연금 개혁 '실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서정숙 의원은 "2013년 3차 재정계산 때는 연금이 2060년에 소진된다고 했고 2018년엔 2057년, 올해 3월에 발표한 추계로는 2055년으로 더 앞당겨진 엄혹한 현실"이라며 "당시 정부들은 아무 대책 없이 연금 개혁에 손 놓고 있었다"고 했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20개가 넘는 시나리오가 담긴 재정계산위 보고서를 지적하며 "지난 정부가 4개 제안을 낸 것과 관련해 (당시) 야당에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는데, 지금 위원회에는 무엇이라고 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재정계산위가 전날 복지부에 제출한 연금 개혁 최종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6가지 시나리오를 포함해 총 24개의 시나리오가 담겼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 15%로 상향한다는 가정 아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2028년 기준)에서 45%, 50%로 높일 경우 연금 수지 적자 시점과 고갈 시점 등 재정 전망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재정계산위는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빼고 보험료율 인상, 연금 수급 연령 상향, 기금운용수익률 상향 등 변수를 조합해 18개 시나리오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이 빠졌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보고서를 수정한 것이다.

다만 재정계산위 추산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인상할 경우 보험료율을 15%까지 끌어올리더라도 연금이 바닥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할 경우 소득대체율이 45%이면 2051년부터 적자가 시작돼 2068년엔 연금이 고갈된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각각 고갈 시점이 2050년, 2065년으로 앞당겨진다.

기금 운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 주식을 700억원어치 보유한 걸 비판했다. 옥시 등 가해 기업들은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먼저 지급한 유족·장애연금을 갚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영주 의원은 "피해자에게 선지급한 연금을 갚지 않아 옥시와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다른 한편에서는 수백억 원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연금공단의 이율배반적인 투자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류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