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클린스만호의 에이스는 손흥민인가? 이강인인가?

이경재 2023. 10. 20. 17: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혼자 2골' 튀니지전은 이강인 독무대
손흥민, 예상 깨고 베트남전 참전…'1골 1도움'
92년생 손흥민-01년생 이강인, 최상의 조합?

지난 13일 우리 축구 대표팀과 튀니지의 평가전은 누가 뭐래도 이강인을 위한 독무대였다. 과감하면서 안정적이기까지 한 볼 소유와 리듬감 넘치는 드리블은 나름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모인 가운데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게다가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으로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쭉 뻗어가는 패스는 그 경기장에서 이강인만이 할 수 있는 한 차원 다른 기술이었다. 두 차례의 득점은 어떤가? 프리킥은 가장 적당한 속도와 각도로 골네트를 갈랐다. 두 번째 골 상황에선 넘어졌다 다시 균형을 잡고 정확한 슛까지, 이강인의 운동능력과 감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제가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청했어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이강인은 또 한 번 기자를 놀라게 했다. 나는 이렇게 질문했다. "시작할 땐 중앙 미드필더였는데, 15분쯤 지나서 오른쪽에 있던 이재성과 자리를 바꿨어요. 그리고, 우리 팀의 경기력이 확 살아났습니다. 감독의 지시가 있었습니까?" 이미 여러 기사에서 나왔듯이 이강인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감독님께 자리를 바꿔달라 요청했어요. 재성이 형도 동의했고요. 감독님은 이런 부분에서 자유를 많이 주시는데, 제 요청을 받아들여 주셨죠. 감독님과 재성이 형에게 감사합니다." 이강인과 이재성은 어느 자리에 있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고, 대표팀에서 연습할 때도 두 선수는 두 역할을 모두 소화했을 거다. 허나 역대 어떤 대표팀 선수가 이런 얘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었을까? 그저 '이강인이 이강인스러웠다.'

손흥민 "이제 제가 없어도 될 것 같아요"

튀니지전 이후 기자의 관심을 끈 장면은 하나 더 있다. 경기 막판 교체로 벤치에 들어온 이강인을 손흥민이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손흥민이 인터뷰에서 한 말, "이제 제가 없어도 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트남전 자진 참전한 손흥민, '역대급' 공격 이끌어

17일 베트남전에서 가장 관심은 '과연 손흥민이 경기에 뛸 수 있느냐?'였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굳이 약체와의 평가전에 손흥민을 무리시키는 게 맞을까?' 라는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었다. 기자가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대표팀에 확인했을 때 얻은 답변은 "힘들 것 같습니다." 였다. 그러나, 손흥민은 선발로 출전해 90분을 모두 뛰었다. 그것도 언제나처럼 아주 열심히 뛰었고, 동료들과 아름다운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 이강인에 손흥민까지 합류한 대표팀의 공격력은 한 마디로 '역대급'이었다. 짧은 원터치 패스는 마치 모래성에 구멍을 내듯 베트남의 밀집 수비를 조금씩, 그러나 치명적으로 무너뜨렸고, 속도감 있는 드리블 돌파는 단번에 수비진 벽에 커다란 균열을 냈다. 손흥민은 전반엔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지만, 후반엔 골까지 넣었다.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 "제가 한국에 와서 많은 팬 앞에서 뛰지 않는다는 게,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뛰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던 걸까?

이제부터는 이런 일련의 장면을 지켜본 기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튀니지전에서 이강인은 더 잘하고 싶었을 거다. 손흥민이 빠진 경기에서 자신이 더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고 싶었을 것 같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튀니지전을 지켜보며 아끼는 후배의 성장에 꽤 흐뭇했을 거다. 그리고 아주 조금은 '내가 이렇게 앉아 있을 때가 아니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베트남전을 앞두고 한참 물이 오른 이강인과 함께 뛰면서 멋진 장면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주거나 받거니' 서로 도와 한 골씩 넣은 '손리 커플'

베트남전에서 손흥민 득점의 시발점은 이강인의 패스였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황희찬과 2대 1 패스로 수비를 따돌리고 골을 넣었다. 이강인의 득점은 손흥민이 어시스트했다. 이 장면 외에도 두 선수는 환호성이 나올만한 환상적인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황희찬과 이재성, 조규성 등 공격을 이끈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도 함께 살아났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서로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으며 대표팀 전체의 실력이 더 강해졌다는 게 기자의 결론이다.

'손흥민에게 이강인은 대표팀의 매디슨?'

두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패스를 받아 골을 넣고, 이강인은 공격수에게 좋은 패스를 건네는 역할을 한다. 마치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매디슨의 역할과 비슷하다. 그래서 두 선수는 시너지가 좋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또 이상적인 대표팀의 구성은 30대 초반, 20대 중반, 20대 초반이 섞여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의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 대표팀의 주축이 30대 초반의 손흥민과 이재성(92년생), 20대 중반의 김민재와 황희찬(96년생), 그리고 20대 초반의 이강인(2001년생)이다. 대표팀 전체로 봐도 아주 좋은 세대별 구성이다."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이강인, 누가 에이스인가?' 이런 논쟁 계속되길…

손흥민이 현재 선수로서 정점에 있다면, 이강인을 그 정점을 향해 치닫는 중이다. 부디 손흥민이 정상에 오래 머물면서 이강인은 기어를 더 가파르게 올려주길 바란다. 그래서 '클린스만호의 에이스는 손흥민일까? 이강인일까?' 이런 흥미로운 논쟁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YTN 이경재 (lkja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